오산 고가도 붕괴, 인재 무게
2018년엔 반대편…7년만에 또 참사
전날 “빗물 침투시 사고 우려” 신고도
전문가 “배수 불량·물 침투 가능성 커”
“최초 시공·사후 관리 모두 문제” 제기
경찰 수사 중…중처법 적용 여부 검토

지난 16일 오후 발생한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 원인으로 시공과 관리 부실이 꼽히면서 인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시민 재해) 적용 여부도 들여다 보고 있다.
<인천일보 7월 16일 온라인>
1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옹벽은 보강토 블록을 쌓아 만들었다. 붕괴된 옹벽은 길이 40m, 높이 10m 규모다.
전문가들은 붕괴가 고가도로 상판의 배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물이 옹벽 안으로 침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산에는 15일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사고 당일 오후까지 누적강수량 63㎜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오산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사고 3시간 전 사고 현장 고가도로에서 발생한 직경 40㎝ 포트홀이 발생한 것 등을 볼 때 물이 도로 밑으로 침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옹벽 설계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려오는 물이 옹벽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흔히 숨구멍이라고 하는 물길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물길이 막혀 수압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초 시공 뿐만 아니라 이후 관리도 중요한데 두 부분 모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포트홀이 생겨서 보강했다는 이야기로 봤을 때 그쪽으로 물이 침투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보강재가 안에 삽입될 때 흙을 붓고 다지는 작업이 철저히 돼야 하는데 실제로 잘 안됐을 가능성도 있고, 보강토 옹벽에 배수층을 만드는데 이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토목 설계 전문가는 옹벽 공사 당시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그리드 시공'이 부실해 옹벽이 순식간에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형사기동대 소속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부실 시공 여부를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함께 들여다 보고 있다. 시민 재해에 해당하면 지자체장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
사고 하루 전에 안전신문고를 통해 '빗물 침투 시 옹벽 붕괴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고자는 "고가도로 오산~세교방향 2차로 일부 구간, 2차로 중 오른쪽 부분 지반이 침하되고 있다"며 "이 부분 구간은 보강토로 도로를 높인 부분이라 지속적인 빗물 침투 시 붕괴가 우려된다. 조속히 확인 부탁드린다"고 했다.
오산시는 '유지보수 관리업체를 통해 긴급 보강공사를 실시하겠다'고 회신했고 18일 현장 복구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는 민원 접수 이전인 지난달 시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 B등급으로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였다. 다만 정밀안전점검업체가 중차량 반복하중과 고온 등에 따른 아스콘 소성 변형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조치계획을 수립했다.
7년 전에도 사고 현장에서 유사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산시의회 송진영(개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9월 22일 오전 1시쯤 높이 8m 옹벽 20여m 구간이 무너졌다. 당시 사고는 이번에 붕괴한 옹벽 반대편이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옹벽 잔해가 도로를 덮쳐 편도 2차로 통행이 통제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부분은 처음 설치 공법 그대로 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는 2011년 준공으로 시행은 한국도로공사, 시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현재 도로 관리는 오산시가 맡고 있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자신의 SNS에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도로 옹벽 복구와 사고 수습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후 7시4분쯤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매몰돼 운전자 1명이 사망했다.
/고륜형·추정현 기자 krh0830@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