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반구천, 한반도 인류사 원형 넘어 인류의 보물로 거듭나다

고은정 기자 2025. 7. 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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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활용방안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우여곡절 끝 등재 추진 15년만에 세계가 인정
세계유산 가치 공유·활용 방안 등 과제 남아

산업수도 울산, 역사 문화도시 거듭
시민·인근 주민 공감대 형성 기틀 마련
발길 이끄는 선사유적 관광자원화 추진
VR·AR 기반 체험형 디지털 콘텐츠 개발
제3의 암각화 발굴 가능성 전면 조사 실시
침수·훼손 반복 수난사···관리·보존 대책 고심

시, 반구천 일원 탐방로 3곳 조성 손님맞이
470억 투입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심혈
전시·교육·관광 개발 거점 역할 기대
1972년 3월 1차 조사때 반구대 암각화 탁본. 동국대박물관 제공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탁본 세부모습 (호랑이 등). 동국대박물관 제공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탁본 세부모습 (표범 등). 동국대박물관 제공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이후 15년 만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제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에서 세계유산을 보유한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15년의 여정은 지난했지만,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그 지향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문양. 암각화박물관 제공

# 선사문화 관광밸트 로드맵 설정부터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산업수도, 공업도시로 인식된 울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막연하게 인식된 선사문화의 보고나 청동기와 철기 시대의 문화적 보고라는 잠재적 이미지가 세계유산을 보유한 '역사문화도시'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역사문화도시로서 울산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준비 상황이다. 반구천 암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리고, 문화관광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본지가 지난 5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권고를 통지한 시점,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최재헌 위원장은 "여러 세계유산이 등재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유산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만큼 이에 걸맞게 반구천 암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선사 유적 관광 로드맵과 스토리텔링 추진, 캐릭터 등 관광상품 개발, 글로벌 관광객 유치 전략 구축 등 세밀한 관광 자원화 작업,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암각화 도시와의 교류, 글로벌 학술 세미나, 반구천 암각화에 대한 정밀한 추가 연구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가치 확산을 위한 활용에는 울산 시민들과 인근 주민이 빠져서는 안 된다. 아무리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정책을 시행할지라도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세계유산의 가치는 평가절하될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가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보호 필요성과 홍보 등 인식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유산과 유산 지역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에 부담을 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 세부 모습. 암각화박물관 제공

# 동남권 선사유적 입체화 계기 마련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 곳곳에 흩어진 선사 유적을 하나로 묶어 동남권 전체를 세계적인 바위그림 유적 문화권, 해양선사 유적 문화권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동남권은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부산 복천동 고분 출토 암각화, 경남 함안 도항리 유적, 밀양 살내 유적과 의령 마쌍리 유적 출토 암각화, 사천 본촌리 유적 출토 암각화, 남해 양아리 서불과차 암각문 유적 등 풍부한 암각화 유산을 갖고 있다. 패총 등 선사 유적도 많다.

울산 대곡천 거주 집단이 반구대에 고래사냥 장면을 담은 암각화를 새긴 것과 관련해 동삼동 패총 신석기 문화층 위에서도 다양한 고래 뼈들이 대량 출토됐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암각화, 스페인 동부 지중해 연안에 남겨진 선사시대 후기의 암각화와 벽화군 등은 이미 세계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국가유산청 제공

# 다양성 갖춘 문화유산 콘텐츠 개발 시급

최재헌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등재 직후, 울산 시민들이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다 함께 공감하고, 축하할 수 있도록 여러 행사들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세계암각화유산 전시회와 국제 전문가가 함께하는 국제회의, 세계적인 락 아트 디지털 자료 전시 등이다.

또 암각화 특성상 관람객들이 직접 만지면 안 되는 만큼, 암각화의 문양,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신앙 등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최대한 활용해 교육, 축제 등을 통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릴 것을 제안했다.

사실 세계유산이 된 다른 암각화 유적들과 달리 반구천 암각화는 문화유산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품고 있다. 시기별 암각화마다 서사성이 풍부한 반구대암각화만으로도 영상과 문학, 각종 미디어와 게임, 애니와 코믹, 축제와 팬시 굿즈 디자인 등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전호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는 "반구천의 두 암각화 유적은 말 그대로 무궁한 자원의 보고에 가깝다. 세계유산이 된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와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전 세계 사람들과 이를 공유해야 한다"라며 "울산에 반구천 암각화 유적 관리와 연구를 전담할 세계암각화연구센터가 설립되고, 암각화 콘텐츠 개발을 담당할 세계 암각화 콘텐츠연구원이 세워져 울산이 K-연구, 개발, 공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주도할 첫걸음을 울산 시민 모두 하나 되어 지금 내디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전경. 암각화박물관 제공

# 기후 위기 등 보존 관리 대책 선행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50곳이 기후 위기로 205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세계유산 3곳도 포함됐는데 바로 조선왕릉과 종묘, 산사(한국의 산지 승원)였다. 세 유산을 공통으로 위협하는 요인으로 홍수가 꼽혔으며 종묘는 가뭄이, 산사는 강 범람이 위험 요인으로 더해졌다. 이런 이유라면 반구천의 암각화는 이 세 곳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1년 내내 외부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그 어느 세계유산보다 특수성을 감안한 보다 면밀한 연구와 그 연구 성과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 등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요구된다.

최재헌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바위에 새겨진 유적인 만큼 풍화에 대한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면서 "암각화가 최초 발견된 1970년대 사진을 보면 암각화 아래는 물의 깊이가 깊어 암각화가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 지금과 전혀 다른 고지형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등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도 보존, 관리를 위해 할 일이 산적해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계유산의 활용이 직접적으로 관광산업과 그 주변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유발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지만, 문화유산 고유의 가치가 변질되거나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주변 스토리를 개발하고 답사 루트 등을 설정해 운용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관람객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수용 한계를 초과하면 지속 가능한 활용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에 대해 지자체 차원의 유산영향평가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반구천의 암각화 전경. 암각화박물관 제공

# 4차 산업혁명 맞춘 활용 방안 시급

기후 위기 대응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문화유산 활용 방안이 다각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는 더 이상 생소한 영역이 아니다.

문화유산 보존 관리와 관광산업에도 이미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부여군에서는 백제문화 및 세계유산 ICT 콘텐츠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성덕대왕신종을 3차원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서비스가 출시 중이다. 또 이미 제주도, 전주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스마트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VR, AR 사업 콘텐츠는 문화시설뿐 아니라 문화유산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세계유산 지정은 끝이 아닌 시작

또 어딘가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제2의 반구대 암각화를 찾는 작업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제2의 반구대 암각화가 지금도 발견되지 않은 채 대곡천 다른 곳에 잠겨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본지 2025년 7월 13일 자)에서 "대곡리 암각화가 잠겨있는 사연댐 댐둑 옆 절벽에 호랑이 같은 암각화가 있다고 당시 댐 부근 마을에서 온 노인들이 전해 주었으므로 제3의 암각화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라며 "앞으로 댐 해체 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주장했다.

장석호 박사(바위그림 연구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심도 있고 또 체계적인 연구 수행, 항구적인 보존 대책 수립, 그리고 그 가치의 공유를 위해서 '국립암각화연구소(가칭)'의 설립이 시급하다"라며 "지금과 같은 통제 일변도의 관리 방법을 지양하고, 유도로(다리) 등 누구라도 가까이 다가가서 그 가치를 느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문화유산과 경관 명소를 연결하는 역사문화 탐방로 조성하는 등 인프라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또 시는 암각화의 세계적 위상을 알리고 관광 자원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27년까지 총 470억 원을 들여 '반구대세계암각화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