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病暇)

고윤정 청주 이은학교 교사 2025. 7. 17. 19: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용구사

이번에는 항생제를 일주일 이상 먹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건 전혀 염증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약을 그렇게 들이켰으면, 가라앉아야 정상 아닌가? 뭐지? 못된 염증들. 조심해도 쉽질 않다.

학기 말이면 면역력들이 떨어져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여하튼 밤새 끙끙 앓은 지 일주일이 지났어도, 또 죽을 듯한 어젯밤을 지새우고 결국 병가를 썼다. 겨우겨우 일어난 아침, 내 소식을 들은 친구가 시간을 내어 부리나케 달려와 줬다.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하얀 약 봉투 쥐여주며 나를 집에 들여보내준다. 인생의 빚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짓고 사는 유형의 인간이 나인가 보다.

 수액도 맞고 약도 바꿔 먹으니, 슬슬 잠이 온다. 겨우 잠이 들어 한 시간을 잤나? 핸드폰이 울린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가듯이, 담임 없는 날은 기어코 문제가 발생한다.

흐물거리던 나를, 단숨에 기적처럼 일어나게 하는 아이들 소식은 종교의 힘보다 더 강력하다. 아이고~~~ 어제, 내일 학교 못 올 것 같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우리 반 녀석 중 한 친구가 말하기를 "선생님, 그럼 보고 싶어요. 잉잉~~"하며 나의 허리를 휘감는다.

지난주 감기로 결석을 했던 아이, 그 아이의 진심이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 곧 최고의 말이었다. "나도~ 나도 보고 싶을 거야. 잉잉~" 함께 하지 못하는 그 하루가, 얼마나 애달픈가? 다시 오지 않을 우리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던가? "얘들아, 선생님 약 먹고 푹 자고 얼른 올게."

내 인생에 병가는 참 셀 수 없이 많았다. 십여 년 전 나눔콘서트에 갔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하혈이 시작되었다. 몸을 겨우 추스르며 조용히 집으로 왔지만, 병원에는 가질 못했다.

밤새 증상은 진행되었고, 아침 일찍 찾아간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곰도 이렇게 미련한 곰이 있으려고? 또 십 년 전, 학교 관사에 들어가 살다가 폐렴과 천식이 시작되었다. 토할 때까지 기침하는 나를 보고, 우리 반 아이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한참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뭐지? 이건 ~~' 수업시간보다 더 가열찬 이 느낌은? ᄏᄏᄏ '선생님 관사가 추우니깐, 교실에서 텐트치고 자요.' 아이들은 아주 신박한 생각을 모아냈다. 기특한 그때 그 녀석들은 지금 성인이 되었고, 몇몇은 취직도 하여 나와 같은 월급쟁이들이 되었다.

사실 성대결절은 교직 초반부터 생겨, 감기에 걸릴라 치면 늘 인후염과 후두염으로 앓아눕는다. 목이 젤 약한 건가? 아닌데, 내 목소리는 만만치 않고 성량도 좋은데, 이것도 반전이다. 

목감기가 걸리면 나는 그때부터 기억나는 수어들과 구어를 한다.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제스처를 크게 갖춰 대화하고, 울 반 아이들도 그런 나와 대화를 나누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잘 이해하고 따라준다. 아픔도 다른 루트로 승화시킨다. 재미난 걸, 즐거운 걸, 신나는 걸 막을 길이 이 세상엔 없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

 저녁이 되니, 염증이 조금 가라앉은 듯하다. 다시 처방받은 약과 수액 그리고 친구의 도움으로 되살아나나 보다. '아직도 사람이 덜 됐다'라고 핀잔을 전해준 지인의 말대로 나는 아직 곰퉁이이다.

아무래도 단군 할아버지를 만나 깊은 동굴로 들어가 마늘과 쑥을 먹어야 할 듯싶다. 무서운 더위에 에어컨과 더부살이 하는 여러분들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Copyright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