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 1년 남은 인천 행정체계 개편

유지웅 기자 2025. 7. 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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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2군 9구’ 체제로 300만 도시 틀 다시 짠다

인천이 31년 만에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1995년 광역시 승격 이후 변하지 않았던 2군 8구 체제가 2군 9구로 재편되면서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인천형 행정체계 대전환'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인천광역시 제물포구·영종구 및 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같은 달 30일 공포를 거쳐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률에 따라 인천시는 중구와 동구를 '제물포구'와 '영종구'로 조정·분리하고 서구를 '서구'와 '검단구'로 나눈다.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 행정구역 체계가 30년 만에 재편되는 것이다.

1995년 236만 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초 300만 명을 넘었고, 이에 따라 도시 성장 패턴은 크게 달라졌다. 급격한 신도시 개발과 팽창에 비해 인천 원도심인 중·동구는 오랜 기간 정체를 면치 못했다. 수도권 핵심 항구도시로서의 역사성을 간직한 중·동구와 급성장한 신도시를 아우르기 위한 새로운 행정체계가 절실했다.

이에 민선8기 유정복 시장의 '제물포르네상스' 정책과 같은 원도심 재생 전략을 병행하며 영종지역은 인천국제공항과 첨단항공산업의 중심지로, 검단은 신도시 주거벨트의 핵심으로 기능하도록 독립 구 신설을 추진했다.

행정체계 개편은 인천시와 행정안전부의 수년간 준비와 현장 의견 수렴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13명의 공동발의를 통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천시의 미래 성장과 시민 생활 개선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행정체계 개편은 지역 간 행정 불균형 해소와 효율성 증대, 역사성과 미래 지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도시 재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새 행정구역에 따른 초기 혼란과 주민 적응 문제, 재정 분배의 세심한 조율은 앞으로 숙제로 남는다. 

2026년 7월 1일, 300만 인천시민은 새롭게 짜여진 행정지도 아래 도시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간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중구와 동구 통합⋯ 원도심, 쇠퇴에서 부활로

인천 원도심의 이름이 2026년 7월 '제물포'로 바뀐다. 개항과 근대화의 시작점이자 도시의 뿌리인 중구와 동구를 하나로 묶어 '제물포구'로 새롭게 출범시키는 인천시 행정체계 개편의 핵심 중 하나다.

제물포구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구'로 주목받는다. 인천시는 주거와 상업, 관광을 동시에 품는 복합 원도심으로 재건한다.

중구와 동구는 개항기 인천의 시작점이자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급속히 쇠퇴했다. 중구는 1990년대 중반 18만 명이던 인구가 2024년 기준 6만 명대로 줄었고, 동구는 전국 최소 자치구로 전락했다. 빈집 증가와 고령화, 기반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시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제물포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했다. 도시재생과 원도심 산업구조 재편, 근대건축 보존 등을 담은 이 정책은 제물포구 신설과 맞물리며 행정구역 차원에서의 정비로 확대됐다. 시는 제물포구를 '인천 정체성의 복원과 재도약'을 위한 대표 공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행정통합을 통해 단일 자치구로 재편되는 제물포구는 면적 21.73㎢, 인구 9만9천 명 규모로 예상된다. 역사성과 도시재생의 상징성이 부여되며 인천시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예고돼 있다. 동시에 중복 기능 축소, 조직 통합을 통한 예산 효율화도 개편 효과로 제시된다.

반면 동구청·중구청 등 기존 자치단체 건물 활용 방안, 지역주민들의 행정서비스 적응, 지리적 단절 문제 해소 등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이번 행정체계 개편은 단순한 구 이름 변경을 넘어 도시 쇠퇴와 활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인천의 가장 오래된 중심 제물포가 다시 도시의 '심장'으로 뛸 준비를 시작했다.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 법률 국회 통과 기념 축하행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중구에서 20년 만에 독립⋯ 공항도시, 자치권 얻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영종구'라는 이름으로 독립된 자치권을 갖는다. 행정구역상 중구에 속했던 영종·용유·무의 지역이 분구돼 새로운 기초지자체로 출범하는 것이다.

2000년 이전 영종도는 본토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오로지 여객선 하나뿐이던 섬이었다. 그러나 2000년 11월 영종도와 내륙을 이어 주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착공 8년 만에 개항하면서 지역은 그야말로 천지개벽한다.

2009년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인천대교가 개통한 이후 이 지역은 국제공항을 기반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그러나 행정서비스는 여전히 인천항 일대 원도심(중구 내륙)과 함께 운영돼 주민 불편이 지속됐다.

영종구의 면적은 125.82㎢, 인구는 9만3천 명으로 제물포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시는 향후 인구 15만 명 규모의 정주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운서동 일대는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밀집해 사실상 '신도시' 수준의 기반을 갖췄다.

문제는 그간의 '섬 속 소외감'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구지만 육상 이동은 연륙교를 통해야 가능해 구청 이용과 민원처리, 복지서비스 접근에서 불편이 누적돼 왔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천시청보다 김포공항이 더 가깝다"는 우스갯소리 소리도 나온다.

영종구 신설은 이러한 '생활권 단절' 해소가 핵심이다. 시는 구청사 신축 또는 임시 청사 지정 등 초기 인프라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주민 편의를 고려한 구청 기능 분산 배치도 논의 중이다.

공항과 연계한 산업 전략이 영종구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항공정비(MRO)와 물류, 관광산업이 핵심 축으로 시는 이 지역을 공항경제권 중심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인천 공약으로 인천공항 항공MRO 사업 거점을 약속한 만큼 든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여전히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대중교통과 생활SOC 확충은 숙제다. 도심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통과 생활편의시설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종구 신설은 자치권 회복을 넘어 '관문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다. 20년 넘게 공항만을 품고 있던 섬이 이제는 독립된 자치단체로서 발전 경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2026년 바뀌는 '인천 2군 9구'

# 서구 분구로 태어나는 9번째 구⋯ '베드타운' 꼬리표 떼기 나선다

2026년 7월 인천 서북부의 신도시 검단은 '검단구'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한다. 인구 64만 명에 육박하는 서구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고, 검단지역만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자치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다.

검단구는 1995년 광역시 승격 이후 31년간 서구에 포함돼 있었으나 도시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주민들은 행정구역 독립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검단신도시는 2018년부터 1·2단계 입주가 시작되며 인구가 급증했고, 향후 20만 명 이상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분구로 서구는 기존 가정·청라 중심의 '서구'와 검단 중심의 '검단구'로 나뉜다. 검단구의 관할 범위는 당하·원당·불로·마전·오류·왕길·검단신도시 일대로 면적은 44.03㎢, 인구는 16만 명 안팎이다.

검단은 오랜 시간 '인천의 변두리', '김포의 그림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도심과의 거리와 광역교통망 부재, 개발 대비 인프라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19년에는 검단신도시 1차 분양 이후 '미분양 대란'까지 겪었다. 그러나 GTX-D 등 철도망 논의가 본격화되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2028년 개통 예정인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연장선 외에도 서울지하철 5호선·9호선 연장과 김포·검단·계양~부천 간 철도 노선 신설을 통해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정체계 개편은 이런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검단구'라는 별도 행정구역은 신도시에 걸맞은 도시계획과 자치예산, 생활서비스 체계를 가능케 한다. 기존 서구청은 청라 쪽에 치우쳐 있어 검단 주민들이 민원이나 복지 혜택을 받는 데 지리적 한계가 컸다.

또 하나의 과제는 정체성 확보다. 검단은 역사적으로 김포와 같은 생활권에 속하면서도 행정상 인천에 포함된 복합지역이다. 이번 개편은 '인천 서북부 중심도시'로서 독립적 정체성을 정립하고 수도권 서부와의 연계 전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천시는 검단구청사 위치와 인력 배치, 조례 정비 등 물리적 분리 절차를 준비 중이며 기존 서구청은 서구·검단구청의 공동 청사 체제를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서구의 일부'였던 검단은 이제 자신만의 이름을 갖는다. 도시의 외곽이 아닌 인천의 미래 성장 축으로서 검단구가 나아갈 첫걸음이 시작됐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사진=<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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