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물 새”… ‘오산 옹벽붕괴’ 부실공사 의혹
상부서 배수 안되고 지하로 스며
옹벽 흙 마찰력 떨어져 무너진듯
책임 입증 땐 중대시민재해 적용
지난 16일 폭우로 오산 서부우회도로 옹벽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무너진 ‘보강토 옹벽’이 평소에도 배수가 원활하지 못한 정황이 제기됐다.
옹벽에 설치된 배수관이 아닌, 보강토 곳곳에 물이 새며 내부 배수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인근 주민들은 부실시공을 의심하고 있다.

17일 오전 사고가 난 옹벽 옆으로 무너지지 않은 옹벽의 보강토 하부 중 유독 아래쪽으로 길고 어두운 자국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 지점들만 지속적으로 물이 흘러내린 정황이었다. 특히 이날 오전 비가 그쳤음에도 배수관이 아닌 보강토 상판에서 하부를 타고 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를 제보한 주민들은 “비가 오면 옹벽 사이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나왔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면 콸콸 쏟아져 나오듯 했는데 옹벽 아래쪽은 계속 물이 흐르다보니 아예 검게 색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무너진 옹벽은 보강토 옹벽으로 흙사이에 보강재를 삽입해 벽채를 고정하는 구조로 시공한다. 콘크리트 옹벽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고 시공기간이 짧아 선호되는데 흙으로 속을 채우는 만큼 ‘배수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 내 도로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보강토옹벽은 구조 자체가 흙과 흙의 마찰력으로 버티기 때문에 상부에서 배수처리가 되지 않고 지하 쪽으로 물이 자꾸 스며드는 경우 마찰력의 저항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물이 흐른 흔적들로 보면) 오랜시간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골지층에 비가 계속 스며들었을 것이고 결국 마찰력은 떨어지고 수압은 증가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옹벽배부름’ 현상도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증거인데 실제 해당 고가도로 양방향 옹벽 모두 배부름현상이 발견됐고 이로 인한 추가붕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사고조사를 하고 있으며 경기남부경찰청은 13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할 계획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나오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된다. 사고의 원인이 시공과 관리 주체 중 대상의 책임이 입증될 경우 중대시민재해 적용이 가능하다.

한편 서부우회도로는 세교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개설됐다. 사고가 난 구간은 세교1지구 교통대책으로 2011년에 완공됐지만 나머지 구간이 세교2지구 교통대책으로 묶이면서 2023년 전 구간 개통될 때까지 12년여간 도로사용을 하지 못했다.
당시 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감리는 국토부가 맡았고 도로관리는 오산시다. 시는 올해 6월 정밀안전점검을 받아 B등급 양호 판정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지난 15일 포트홀이 있다는 국민신문고 민원에 따라 16일 원인 파악 후 재시공 계획을 세웠고 이날 오후 경찰과 현장에 나가 응급 시공을 하며 차량 통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산/공지영·고건 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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