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차 만드는 로봇에 노동자 밀려날까···"AI로 인한 수익 재분배 필요"
'생산성 향상'의 빛과 '고용 감소'란 그림자
"우선 미중 주도 AI 혁신 물결 속 생존해야"
공장에서 '20시간 무휴식 노동'하는 AI로봇
혁신은 불평등하게 온다··· "재교육 시급해"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절대로 고르게 분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편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이 일단 미·중의 AI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적 AI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해야 한다. 또 인간 노동자 간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AI 재교육이 매우 시급하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
인공지능(AI)이 추동하는 전 세계적인 산업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고용 감소와 인간에 대한 노동 통제 강화라는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AI 혁신' 속에서 자생의 길을 모색하는 동시에, AI가 가속화하게 될 사회 내 격차와 불평등을 재교육과 노동법제 개편을 통해 완화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 앞에 놓였다.
"AI 수혜, 특정 자본에만 귀속돼선 안 돼"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I 전환과 노동의 미래 토론회'는 AI 시대를 맞아 노사정이 새로운 노동 정책과 인재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AI 사피엔스 시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맡은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AI와 결합된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가 자동차 업계 공장에서 이미 활용되는 상황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테슬라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1년 훈련 끝에 테슬라 공장에 투입됐고, 피규어라는 미국 스타트업도 BMW 공장 라인에 (AI 로봇을) 올해 성공적으로 업무에 투입했다"면서 "프레스에 눌러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위험한 작업을 인간 노동자가 할 경우 1분이 걸리는데, 피규어 로봇은 40초만 소요되고 20시간 무휴식 노동을 해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라 AI가 저숙련 단순노동자를 주로 대체할지 혹은 회계·개발 등 지식노동자를 주로 대체할지 견해는 갈리지만, AI 혁신이 일시적 일자리 감소, 노동시장 구조 변화, 근로환경 재편을 가져올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와 일자리가 상충 관계에 있다는 프레임보다는, AI를 노동 생산성과 인간 창의성을 극대화할 보완적 도구로 활용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그는 "AI에 의한 수혜가 노동자에게 분배되지 않고, 특정 자본에만 귀속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면서 로봇세(노동자 고용 대신 로봇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 인공지능세를 부과해 노동자 직업훈련, 재교육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김유철 전략부문장은 "AI 기술 발전은 단순한 일자리 대체가 아닌 직무 성격과 요구 역량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노동 정책은 사라지는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변화하는 직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노동자의 역량 개발과 재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시대 필요 역량으로 AI 기술과의 협업 능력, 데이터 해석 역량,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꼽았다.
AI의 고강도 노동 통제, "알고리즘 공개 필요"

노동법 전문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혁명은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분야로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문제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 등을 언급했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AI 채용 시스템'이 사회 내에 이미 존재하는 차별적인 관행을 학습해 성별, 인종, 출신 등에 따른 차별을 하거나, 배달 라이더의 사례처럼 AI 알고리즘이 초 단위로 고강도 노동 통제를 하는 현실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기업이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노동자를 평가하고 인사상 결정에 이용하는 상황"이라면서 "최소한 기업이 알고리즘 관련 실질적인 정보를 노동자나 제3자 감사기구, 정부기관에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투명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한동안은 전통적 노동자와 AI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노동자가 공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새로운 임금, 근로시간, 근로감독 체계가 창출돼야 함과 동시에, 1997년 당시 고용보험법을 혁신적으로 개편한 것처럼 산업 격변기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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