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엔 삼계탕…함께 힘내자고 더 건강하게 넉넉하게
전수욱·차현선 부부 함께 운영
손님 반응 참고해 요리법 개선
단골 늘고 코로나 위기도 견뎌
내란 후 매출 줄자 가격 낮춰
"위기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
백제13월삼계탕 창원중동점
서성봉 대표 코로나 계기 창업
바질삼계탕 등 직접 메뉴 개발
대목 복날엔 테이블 수 더 줄여
"1시간 넘게 땡볕 대기 안 돼
손님 배려해 3층 영업 안 해"

◇힘이 나는 한 그릇 쑥·뽕잎삼계탕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있는 '만날재삼계탕'은 전수욱(51)·차현선(53)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남편 전 씨는 경남대 시간강사로 경영학을 가르쳤고, 아내 차 씨는 논술학원 선생님이었다. 둘 다 요식업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러나 학생 수 감소로 전 씨의 강의 기회는 줄어들었고, 이 무렵 부부는 주식 사기를 당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자영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수단이 됐다.
"수입은 줄고 사기까지 당했으니까요. 안 할 수가 없었어요.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해낼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갔습니다."
전 씨는 거제의 유명 삼계탕집에서 3개월간 서빙과 설거지를 하며 일을 배웠다. 이후 2019년 6월 창원 만날재 인근에 삼계탕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장사는 쉽지 않았다. 하루 매출이 0원이던 날도 있었고, 3만 원 남짓 벌고 끝난 날도 많았다. 육수를 통째로 버리는 날도 허다했다.
손님이 없어 생긴 시간은 좌절이 아닌 '연구'로 채워졌다. 육수의 재료와 비율을 바꿔가며 닭발, 살코기 등으로 수십 번 실험했고, 멸치·새우가루 배합도 여러 차례 조정했다.
"손님 말을 하나도 안 버렸어요. 우리는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손님은 '텁텁하다', '비리다'고 하셨죠. 왜 그런지를 계속 실험하며 레시피를 개선했어요."

지난해 10월 부부는 가게를 만날재에서 해운동으로 옮겼다. 더 많은 손님을 만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몇 달뒤 12.3 내란 사태가 터지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위기의 순간, 부부는 오히려 기본 삼계탕 가격을 1만 3000원으로 3000원 낮췄다.(지금도 이 가격은 유지 중이다.) 고객과 함께 이 시기를 버텨나가겠다는 마음이었다.
"매출이 폭포처럼 떨어졌어요. 사람들 마음이 얼어붙으니 발길이 줄더라고요. 손님들이 힘든데 우리만 이윤을 쫓을 순 없잖아요.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가격을 낮췄죠."
부부의 진심은 건강한 한 끼로 이어진다. 메주콩으로 식물성 단백질을 더하고, 10대 슈퍼푸드로 알려진 흑마늘도 직접 만들어 고명으로 올린다.
특히 '뽕잎 삼계탕'과 '쑥 삼계탕'은 이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다. 뽕잎은 장 건강과 소화에, 쑥은 체온 유지와 여성 건강에 좋다는 점을 살려 개발했다.

◇와인과 찰떡 궁합 바질 품은 삼계탕 = 백제13월삼계탕 창원중동점을 운영하는 서성봉(52) 대표는 여행사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다. 그가 삼계탕 가게를 연 계기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다.
"여행길이 막히면서 매출이 0원이 됐어요. 1년은 기다렸지만, 4년 넘게 못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죠. 경제위기, 자연재해, 질병처럼 여행을 막는 변수가 3~5년 마다 찾아왔어요. 여행사가 다시 정상화가 되어도 언제 부침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언가는 새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지인의 권유로 삼계탕가게를 시작했지만, 단순히 여행사 수입을 대체할 수단은 아니었다. 본점과 독립적으로 창원중동점을 운영하며,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메뉴와 공간을 꾸몄다.
누룽지삼계탕, 투움바찜닭, 바질삼계탕 등은 오로지 창원중동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여행 상품을 기획하듯 서 대표가 직접 메뉴를 개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중 '바질삼계탕'은 전국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메뉴다. 20대 여성부터 중장년 남성까지 고루 찾는데 전복삼계탕과 함께 판매량 수위를 다툴 정도로 반응이 좋다.

가게 내부에도 서 대표의 감성이 묻어난다. 원목으로 만든 식탁, 통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 천천히 흐르는 재즈 음악. 벽에는 메뉴판도, 장식도 달지 않았다. 오롯이 손님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식당에 머물 환경을 조성했다.
대목인 복날에는 3층 영업을 하지 않고, 2층만 손님을 받는다. 기다리는 손님이 쾌적하게 있을 수 있도록 3층을 대기 공간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력 보충하러 와서 더운 밖에 30분, 1시간 서 있으면 삼계탕 먹는 의미가 없잖아요. 복날 하루에 300~400만 원 덜 팔아도 손님들이 건강한 한 끼를 먹고 갔으면 좋겠어요."
서 대표는 매일 와이셔츠에 구두를 갖춰 신고 손님을 맞는다. 직접 메뉴를 설명하고,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커피도 내려준다. 그는 자신을 '바리스타'라고 부른다.
"저는 이 가게 대표 바리스타라고 생각해요. 손님을 처음 맞이하고, 음식을 내어드리고, 마지막엔 커피 한 잔으로 배웅해드리는 역할이죠. 삼계탕 한 그릇을 파는 걸 넘어서 편안하고 특별한 한 끼를 전하고 싶어요."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