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코스피 5000, 실적 뒷받침돼야 가능… ‘성장동력 부재’가 韓증시 최대 걸림돌”

강현철 2025. 7.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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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혁신 기업이 상승 동력… 우리는 50년간 간판 기업 똑같아
PBR 기준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장 난센스… 지배구조만의 문제 아냐
기업들, 주주 쉽게보는 경향… 李정부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책 바람직
개정 상법, 주주 개념 중복되고 너무 포괄적… 실효성 있을지에 의문
원화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 유용성 낮아,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 있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前 자본시장연구원장. 이슬기 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前 자본시장연구원장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은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성장동력은 약하고, 혁신기업의 출현은 미약합니다.”

17일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안동현(61)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증시가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디스카운트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끊임없이 새로운 물이 공급되는 수차(水車)처럼 새 혁신기업이 탄생해 증시를 이끄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주력 산업과 간판 기업이 수십년째 그대로라는 것이다. 따라서 뉴욕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건 난센스라고 했다. 이어 우리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원화의 3국 거래 허용이 관건이라며 이 경우 외환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높아 외환당국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재명 정부의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선 옳은 방향이지만 주주 개념이 중복되고 너무 포괄적이라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에 경영권 방어 수단을 줘야한다면서 주식 보유기간에 비례해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최근 이슈로 부상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선 지급결제에서의 유용성엔 의문이라며 통화정책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어 일단 한국은행에 주도권을 주고 몇년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장자산 시장과 산업에 대해선 버린 자식 취급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속히 법을 만들어 감독·규제 수준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스타트업과 벤처가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상장뿐이라며 이는 국내 증시의 종목수가 많은 원인이며 지수 상승을 막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소득 양극화가 아닌 부동산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가 문제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진단했다.

안 교수는 국내 최고의 자본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 배문고, 고려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위원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지수 5000’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수 5000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그리고 달성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여러 요건이 충족되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해외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지고,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해외 자금도 늘어난다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죠. 상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습니다만, 코스피지수는 지난 2~3년 동안 사실상 정체돼 있었습니다. 지수 수준 자체가 그러다 보니까 새 정부가 탄생하고 나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수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하면 디스카운트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죠. 하지만 펀더멘털이 확 좋아진 것은 없습니다. 지수 5000을 달성하느냐가 아니라 5000을 달성하더라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입니다. 그러려면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는다든지 실적이 뒷받침돼야 되겠죠. 결국은 경제가 좋아져야지 주가를 뒷받침하는 겁니다.”

- 시가총액방식의 코스피지수는 30개 대표종목의 단순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다우지수보다 상승 탄력이 적습니다. 이런 차이도 5000 달성에 한 걸림돌이 아닐까요?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식이라 움직이기가 좀 무겁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예를 들어 프랑스의 CAC40 지수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지수, 영국의 FTSE100 지수 등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증시는 종목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다우지수는 편입종목이 계속해서 바뀌는데 우리는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이게 큰 문제입니다. 주식 시장과는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그만큼 정체돼 있다는 뜻이죠.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이나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해 기존 산업이나 기업을 밀어내야 하는데 그런 힘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경제라는 게 순환이고, 순환이라는 것은 수차(水車)가 돌듯 새로운 물이 끌어주고 오래된 물은 버려야 되는데 그런 수차의 정화 기능 같은 것들이 사라진 거죠.”

-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하다고 보십니까?

“CAC40, 암스테르담 지수, FTSE100 지수의 히스토리컬(역사적) 차트를 한번 찾아보세요, 2000년 대비 얼마나 올라갔는지. 아마 놀라실 거예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면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보다는 역사적 차트로 따져보는 게 더 확실합니다. 이들 국가의 지수 또한 한국처럼 못 올랐습니다. 2023년에 와서야 급등했죠. 미국을 빼놓고 전 세계가 그렇습니다. 우리 증시가 경제 성장률만큼만 올랐으면 아마 6000에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다른 국가들도 증시가 크게 오르지 못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네덜란드의 AEX 지수도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2000년과 주가지수가 거의 비슷합니다. 한국 증시가 디스카운트됐다고 하면 네덜란드는 더 디스카운트가 돼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걸 따지지 않고 PBR만 얘기합니다. PB 밸류는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북 밸류(장부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낮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그 기업의 성장성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지극히 매력적인 글래머 주식(glamor stock·성장성 높은 우량주)과 밸류 스톡(Value Stock·가치주)을 나누는 기준은 기업의 성장성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무형이든 유형이든 현재의 자산 총합에 그로스 옵션(Growth Option·성장 옵션)을 더한 겁니다. 다시 말해 북 밸류에 그로스 옵션을 합친 것이 시가총액인데 이게 낮다는 얘기는 그로스 옵션이 없다는 뜻이죠. 이렇게 따지면 우리나라의 PBR이 높아야 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기업지배구조가 아니라 기업들의 성장성이 문제라는 얘기시군요.

“우리 5대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조선 정도입니다. 이게 도대체 얼마가 된 산업들입니까? 50년이 넘은 반세기동안의 산업인데 어떻게 그로스 옵션이 나오겠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PBR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둘째 우리나라의 PBR이 특히 낮은 이유가 또 있습니다. 북 밸류가 높습니다. 과거 기업들은 토지를 사고 건물을 짓는 것을 제일 먼저 했습니다. 부동산 값이 워낙 빠르게 오르니 일단 땅 확보하고 공장 짓고 그다음에 건물 사옥을 지은 겁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북 밸류를 따질 때 (싼) 취득원가로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PBR이 훨씬 높았겠죠. 그런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시가로 평가를 하게 돼 북 밸류가 올라가 PBR이 낮아진 겁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게 낮진 않아요. 어닝(기업수익) 대비로는 시가총액이 높다는 얘기죠. 이는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PBR이 낮은 것과 PER이 높은 것은 일맥상통합니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니 그로스 옵션이 낮은 겁니다, 이게 개선될 전망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다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죠. 개정 상법에서 물꼬를 튼 건 상당히 좋은 뉴스입니다. PBR을 보면 반성해야 될 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PBR이 가장 높습니다, 혁신 기업이 계속 나타나니까. 그로스 옵션이 높은 글래머 스톡들이 계속해 출현합니다. 구글이 50년 전에 있었나요? 아마존과 엔비디아가 있었나요? 이들 기업이 지금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치고 올라와서 기존 기업들을 쓸어내버리고 시총 상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그러니 인덱스도 올라가는 거죠. 미 애리조나 대학의 베센 바인더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가 1920년대부터 상장된 개별 주식 하나하나를 따져보니 70%는 상장 폐지됐습니다. 1920년대부터 S&P500 지수의 수익률을 보면 연 평균 10%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계속 우상향합니다. 하지만 500개 주식이 다 10%씩 수익을 냈다는 건 당연히 아니죠. 그 중 70%는 날아가 버렸어요. 한 1% 안에 들어가 있는 주식들이 10년간 1만배씩 뛰어 지수를 끌어올린 겁니다. 다우존스는 오르는데 코스피는 왜 못 오를까는 단순히 시가총액의 문제가 아닙니다. 근본적으론 새로운 조그마한 기업이 출현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고 그래서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면서 주가도 같이 올리는 힘을 갖게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가 된지 도대체 몇 년입니까? 이러니 인덱스가 힘이 없는 거죠. 다시 말하면 혁신 역량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봤을 때 적정 코스피지수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펀더멘털 밸류는 학자들도 측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 순자산가치(PB)에 멀티플(배수)을 곱해 계산하는데 말씀드렸듯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혁신 기업 즉 그로스 옵션이 많은 미국은 PBR이 높아야 하지만, 혁신 기업이 별로 없는 우리는 낮은 게 당연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것처럼 미국의 PBR이 이러니까 우리도 미국의 평균 PBR을 곱해 지수가 여기까지 올라갔어야 된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 게 일본 정도인데 일본도 3년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7년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오르던 주가가 갑자기 확 올라갔는데, 주주환원을 늘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니 주가가 뛰었다고들 합니다.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결정적인 것은 일본은행(BOJ)이 일본에서 발행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70%를 다 사버렸어요. 그러니까 주가가 뛴 겁니다.”

- 증시에 상장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코스피지수가 안 올라가는 이유 중 또 하나가 상장 종목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상장 종목수가 1990년 8500개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4500개에서 5000개 정도로 반토막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80~90개가 새로 상장됩니다. 상장 폐지되는 건 10~20개 정도입니다. 이러니 인덱스를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유동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국내에서 상장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벤처 생태계와 관련돼 있습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이 1년에 스타트업을 포함해 인수하는 벤처 회사가 80개 정도 됩니다. 우리는 인수하는 경우가 극히 적습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스탠포드나 MIT 출신 공학 박사가 없어 M&A(인수합병)를 할까요? 아니죠. 내부에도 우수 인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박사급 인력이라 해도 바깥에서 창업한 인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들은 죽자 사자 몰두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스타트업이 ‘엑시트’에 성공한 거의 90%가 M&A를 통해서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스타트업, 벤처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상장뿐입니다. 그러니까 상장에 매달리고, 증시 종목수가 늘어나는 겁니다.”

-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번번히 불발되고 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MSCI가 요구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원화가 제3국에서 거래되게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원화가 제3국, 그러니까 우리 영토 바깥에서 거래되는 건 용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그러니까 실물이 거래되지 않는 시장에서만 거래가 되고 있죠.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외환시장이 종료된 다음에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니 당국은 영국 시장 개장 시장에 맞춰서 외환거래를 연장하는 나이트 시장을 열어줬습니다. 그런데 나이트 트레이드는 비용이 꽤 많이 듭니다. 그래서 원화의 3국 거래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MSCI는 이를 허용해주기까지 절대 선진국지수에 안 넣어줄 겁니다.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면 외국 투자자들은 그 인덱스에 따라 투자 웨이트(비중)를 조정해야 합니다. 주식을 샀다 팔았다 계속해야 하는데 (원화 거래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정부가 원화의 3국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외환관리 때문입니다. MSCI 선진국지수에 들어가면 충격이 왔을 때는 덜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원화 거래를 풀어줘야 됩니다. 원화를 푸는 순간 잘못되면 환투기 세력, 핫머니한테 당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것이냐 아니면 환율의 변동성을 줄일 것이냐라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 ‘트레이드 오프’에 걸려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이 70%를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환율 변동성은 실물 시장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기재부가 지금까지 원화의 제3국 거래를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 정부는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보완할 점은 없겠는지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는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우리 기업들의 성장 옵션은 별로 없습니다. 성장 옵션이 없다는 건 업종 특성상 (신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쓰지도 않을 돈을 왜 내부 유보이익으로 가져갑니까? 배당이라도 빨리 줘야지. 100원을 벌었는데 이번에 배당을 20원 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80원을 가지고 5년안에 투자처를 찾겠습니다. 이런 사실을 공시를 통해 주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신뢰를 확보해야 되는데 아무 이유 없이 배당을 안하는 겁니다. 이를 ‘프리 캐시 플로(Free Cash Flow) 문제’라고 하는데 내부 유보이익으로 사무실이나 넓히고 자가용 비행기를 사가지고 타고 다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저는 매입한 자사주는 반드시 소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자사주를 일시 보유할 수는 있어요. 그러면 그 이유를 공시해야 합니다.”


- 상법 개정안이 오랜 논란끝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게 주요 내용인데 상법 개정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대주주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다 보니 소액 주주들이 일종의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냐는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소액 주주들의 부를 대주주의 이득으로 가져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상법 개정이 최선의 방법이냐는 데 대해선 퀘스천 마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 외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따로 넣은 건 모양새가 이상하죠. 이론적으로 보면 흔히 말하는 셰어 홀더(Shareholder)냐 스테이크 홀더(Stakeholder)냐 하는 문제인데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라고 할때 회사라는 것은 스테이크 홀더를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스테이크 홀더엔 당연히 주주도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에 주주를 추가하니 경영학에서 생각하면 이거는 뭐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첩된 개념이 들어가는 거니까. 게다가 어떤 것이 소액 주주들의 인터레스트(이해)를 위하는 행위냐는 것도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이 없는 결정이라면 문제될 게 없는데 불확실성이 있는 결정을 했는데 사후적으로 보니 소액 주주들한테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떻게 통제할 거냐는 겁니다. 개정 상법은 굉장히 포괄적입니다. 그러면 실효성이 전혀 없는 법이 되거나 아니면 검찰한테 칼자루를 하나 더 주는 것밖에 안 돼요. 이런 대표적인 법안이 베임 법안이에요. 어디까지가 배임인지를 명확하게 안 해놨거든요.”

- 역대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시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얼마전 정부는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출범시켰는데, 불공정 거래를 근절시킬 방법은 없을까요?

“문제는 패널티가 약하다는 겁니다. 처벌이 약한 건 금융당국이 아니라 국회의 문제입니다. 국회가 법안을 세게 때려줘야 하는 거죠.그런데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안됩니다. 중요한 법안이라고 생각을 안 하니.”

-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게 옳은 방향인가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만큼 우리나라 지급결제에 있어 유용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이 우리보다 떨어지는 미국이나 아직도 현금을 많이 쓰는 일본 같은 곳은 달러나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편리하겠죠. 스테이블코인은 양날의 칼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이를 가지고 해외에 가서 달러로 바꿔 쓰면 편리합니다. 하지만 외환관리에 구멍이 생기죠.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두 가지 모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은행을 통해 하는 방법이고, 또하나는 자본시장을 통하는 방법입니다. 은행을 통하는 방법은 은행들이 자신들이 받은 예금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자본시장을 통하는 방법은 요건이 되는 누구나 국채나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걸 사 디포짓(예치)해 놓은 다음 이를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일본, 유럽식이고 후자는 미국식이죠. 현재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성공한 상황인데, 이걸 보고 많은 국가에서 미국식 자본시장을 활용한 스테이블 인을 발행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민주당 법안을 보면 그런 식으로 가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국채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정 지원 때문입니다. 세수가 모자라 국채를 엄청 찍어야 되는데 국채 수요가 특히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있거든요. 한국은행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근간이 되는 것은 공개시장 조작입니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발행 회사가 국채를 매입해 이를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했어요. 이 코인을 가지고 사람들이 지급결제를 합니다. 국채를 매입해 코인을 발행한 것과, 한은이 국채를 매입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똑같은 거죠. 이는 한은이 수행하는 공개시장 조작을 민간 기업이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공개시장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됩니다. 또한 자금 세탁, 외환관리에서 구멍이 뻥뻥 뚫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스테이블코인의 주도권을 한은 쪽에 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지급준비에 참여하는 은행들만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

-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야기한 것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같은 디지털 화폐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맞물려 있습니다. 향후 CBDC는 어떻게 될까요?

“한은이 CBDC를 발행하기는 아마 힘들 겁니다. 전 세계에서 CBDC를 발행한 유일한 국가가 중국인데 중국이 별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 가상자산거래소 모임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운영과 상장 기준, 절차 등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현실입니다.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려면 법과 제도 측면에서 어떤 게 필요할까요?

“빨리 제도권 내에 들어와야 하는데 법안이 만들어지지가 않다 보니 단속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상장을 하려면 상장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코인거래소들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상장시켜버립니다. 제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법안 제정전까지라도 자율규제위원회를 만들어 상장기준, 공시체계, 청산소 공동설립 등 한국거래소 제도의 몇십 퍼센트라도 맞춰보라고 조언했는데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려면 법을 일단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민해야 할 게 STO(증권형 토큰) 발행을 예로 들어보면 한국거래소 상장기준으로 엄격하게 만들면 STO 발행을 안할 겁니다. 수위 조절을 얼마만큼 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중앙화된 금융시스템을 가상자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우리나라에 맞게 산업을 죽이지 않으면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느 수위로 규제하고 감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따라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도 고민 안하고 정부도 고민 안하고 보니, 어떻게 보면 버려진 자식처럼로 취급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규제를 강하게 하는 나라가 아니니까 SEC에서 주식에 근접한 형태로 해놓고 나머지는 다 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외환거래법이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될 게 많습니다.”

- 올 성장률이 1%대에 못미치고 잠재성장률 또한 1.9%로 하락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데모 그래픽, 저출산 고령화를 얘기하는 데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 이민 정책을 가져가야 될 것이냐 하는 것은 고민을 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얘기했듯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겁니다. 5년 전, 10년 전과 5대 산업이 똑같습니다. 이건 민(民)도 문제고 관(官)도 문제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관이 손을 놨죠. 국가 주도의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모형은 상당히 뛰어났다고 봅니다. 거기까지 성공했는데 그 이후 민간의 키를 넘겨줄 때 타이밍이 좋지 않았습니다. 재벌 체제가 공고해진 상태에서 넘겨줬습니다. 재벌들은 현재 상황만 유지해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거든요. 그래서 혁신 정신이 떨어져 기업이 성장 못하고 정점을 찍고 쇠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출현해 시가총액 상위까지 올라가는 대기업들이 나타나줘야 되는데 별로 없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새로운 업종이지만 다 내수 산업입니다.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그런 산업이나 기업들이 새로 나타나지 못했다는 게 제일 아픈 부분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은 지금 세계는 승자 독식, 기술에 기반한 ‘하이 리스크’에 ‘하이 캐피털 인텐시브’(대규모 자금)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이 과연 전 세계에 몇 개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미국이, 중국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모험 자본시장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금광을 파는 골드 마이닝과 비슷해 10곳에 투자해 9곳에 실패해도 한곳에서 대박나면 괜찮다는 식으로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무슨 모험자본이 형성이 돼 있습니까? 벤처캐피털 가운데 미국식으로 투자하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말이 투자지 대부분이 대출 형태에다가 풋옵션을 끼워가지고 하고 있거든요. 5년내 상장 못시켜면 투자했던 돈을 다 토해내도록 하는 풋옵션 조항을 걸어버리는 겁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미국을 제외하고는 국가가 뛰어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가 구시대의 유물로 생각했던 박정희 시대의 국가 주도 경제성장모형이 다시 도래한 겁니다. 이런 전략으로 성공한 국가가 중 하나가 대만입니다. TSMC 한 방 가지고 우리를 앞질러 버렸잖아요. 글로벌 대기업 한두 개만 키우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지난 20여년동안 누구 때문에 먹고 살았냐 삼성 하나죠. 삼성이 반도체에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 몰랐는데 거기서 엄청나게 벌어들인 수익 가지고 경제 성장을 유지했던 겁니다. 이게 이제 시효가 거의 다 됐습니다. 사실 그전에 관 쪽에서도 노력해 산업을 육성했어야 되는데 민쪽도 잘 못했고 관쪽은 민쪽에 밀어놓았습니다. 또 대기업들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갔는데 3세에서 혁신을 기대하는 것도 힘듭니다. 말씀드렸듯이 수차 개념으로 돌아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 키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그럽니다만 규제를 켜켜이 만들어 놓으니 누가 기업을 키우려고 하겠습니까?”

- 금융당국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금융에 전이되지 않도록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PF와 자영업 부실화로 인한 부실채권과 연체율 증가는 여전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서울 집값 급등으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둬 부동산 시장 또한 불안한 상황입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봅니다. 일단 LTV(담보인정비율)를 워낙 세게 잡아놨습니다. 투기과열지구의 LTV는 40% 이하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60%이상 빠져야 ‘깡통’이 된다는 뜻입니다. 가계대출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게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레고 사태가 터졌을 때 PF 대부분이 증권회사였습니다. 그 중 몇 곳은 상당히 부실화됐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PF 대출을 안 해준 대형 증권사들로부터 돈을 갹출해 문제가 있는 증권사에 지원한 것은 모럴해저드의 극치죠. 소득 양극화가 문제라고 하는데 저는 자산 양극화가 더 문제라고 봅니다. 이를 완화하려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초단기 수요억제 대책은 나왔는데 중장기 대책은 아직 안나왔습니다. 이를 고민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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