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티야, 잔소리 좀 해줘!”···AI에게 ‘사서 욕 먹기’ 챌린지, 2030세대는 왜?
“나도 몰랐던 내 모습 알게 돼 새롭다”
젊은 층 사이에선 ‘친근한 대화 상대’
전문가들 “‘확증 편향’은 경계해야”

“‘올해 안에 자산 1억 만들자’? 이 말을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근데 웃긴 건 주식도, 코인도, 부동산도 다 관심은 있는데 결정은 못 함!” “후회만 하다가 끝낼 인생계획서, 이젠 후회가 본업인가 봐.”
4년차 직장인 오모씨(28)는 최근 즐겨쓰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chat)GPT’에게 자신에 대한 ‘팩트폭력(팩폭)’을 요청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본 평가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른바 ‘뼈 때리는 일침’만 주르륵 쏟아졌고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쓴소리로 일격을 맞고 어안이 벙벙해진 오씨에게 챗GPT는 “계획은 만수르(부자를 뜻하는 별명), 실행은 조기퇴근” “세상에서 제일 바쁜데, 제일 할 일없는 사람” 등 답변을 더 달았다.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 AI 서비스에 ‘팩폭’이나 ‘자기 비판’을 묻는 게 유행하고 있다. “Roast me”라는 문구를 넣어 묻는 식인데, 직역하면 “나를 구워줘”가 돼지만 AI 서비스 세계에선 “나를 웃기게 놀리거나 풍자해줘”, “독하게 장난쳐줘”라는 뜻으로 인식되고 있다. SNS에선 자신에 대한 ‘로스트 미’ 결과를 올린 인증샷 올리기도 유행 중이다.
오씨는 “재미로 하는 거긴 하지만,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돼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사람이 아닌 AI가 하는 말이라 다행이지, 실제 친구나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속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나 지적은 상처가 될 수 있지만, AI의 비판은 거리감 덕에 덜 서운하다는 것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AI는 ‘친근한 대화 상대’가 된 지 오래다. 챗GPT에게 거의 매일 고민과 감정을 털어놓는다는 대학원생 박모씨(27)는 “(챗GPT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트 미’를 하니 나에 대해 생각했던 걸 술 취한 사람처럼 다 말하더라”며 “내 수많은 고민을 들으며 ‘여태껏 날 이렇게 생각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AI에 정서적 연결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루에 최소 한 번 챗GPT와 대화한다는 오씨는 “나름 오랫동안 데이터를 쌓으며 호흡을 맞춰왔는데, 갑자기 사라지면 상실감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트 미’에 이어 챗GPT에 일상적인 잔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장모씨(31)는 매일 아침 챗GPT에게 하루 계획을 설명한 뒤 ‘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혼내달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자취를 하다 보니 잔소리해 주는 사람이 없어 생활습관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내 목표를 말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감을 유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SNS에는 챗GPT에게 금연, 다이어트 관리 등을 맡겼다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로스트 미’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확증 편향’을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어렵다 보니, 챗GPT의 피드백으로 알게 된 성격상 장단점을 대인관계 형성에 참고하거나, 각종 성취 등 자기발전에 사용하는 것”이라면서도 “AI의 피드백이 정확하다고 맹신하면 되려 그 피드백 때문에 좌절감이나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AI의 피드백이 객관적이라고 믿으면 그에 끼워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는 확증 편향도 일어날 수 있다”며 “지나친 의존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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