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온 서울시민④] 차별·오해 걱정…차라리 조선족이라 거짓말
경제지원 넘어 지역사회 일원되길 원해…"남북 하나되는 자리 많아졌으면"
이탈주민 심정 담은 웹드라마 하나상사 속 대사 "북한 사람아니고 한국 사람입니다…서울 시민"
[편집자주] 매년 7월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지난해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 두 번째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북한 출신 서울시민의 삶을 동행 취재했다. 서울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은 모두 6372명. 국내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의 약 20%가 서울에 산다. 북한이탈주민 대다수는 "수도에 살고 싶다"며 서울살이를 택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서울살이를 시작한 '북에서 온 서울시민'의 삶을 따라가 본다.

#. 20대 여성 A씨는 대학생이다. 캠퍼스에선 수업을 듣지만 전방지역 군부대에선 안보 강사로 변신해 현역 장병을 상대로 강의한다. '이중생활'을 아는 사람은 남자친구를 포함해 단 4명. 이들만이 A씨 고향이 북한이고 가족이 전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하고 이산가족 행사에 참석해 발언도 하지만 주변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A씨는 "학교에 탈북민이 저밖에 없는 것 같다"며 "평범한 사람처럼 주목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외로움이 한국 생활의 가장 큰 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나눌만한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일원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하나재단이 만든 웹드라마 '하나상사'에 출연한 김소연씨(32)는 "MZ세대 이탈주민의 80%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며 "탈북과정에서의 트라우마도 있고 가족 내부에서의 상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나 친척에게 의지하고 조언을 받고 싶지만 그들도 남한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긴 마찬가지"라며 "주변에 내가 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믿을만한 조언을 얻고 교류하는 관계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가 출연한 하나상사도 이같은 내용을 다룬다. 남북 하나재단에 접수된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에서 김씨는 인턴사원 장하나역을 맡았다. 하나상사 1화에선 첫 출근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직장 동료가 장하나 인턴 사원의 얼굴을 못 알아본 채 통화로 "북한 사람이라 말이 안 통하면 어떡하죠"라고 말한다. 이에 장하나(김소연 분)는 "북한 사람 아니고 한국 사람이다. 서울 시민"이라고 답한다.
김씨는 "하나상사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평범한 한국 사람이 되고 싶은 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며 "실제 이탈주민들의 소망이 담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씨도 외로움과 탈북 과정의 트라우마로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기 예능 미스트롯3 등에 출연하고 사회활동도 많아지면서 한국사회에서 인적관계를 쌓아가면서 아픔이 치유됐다고 말한다.

탈북 8년차인 최리나씨(31)는 한국 정착 초기 3년간 고향을 말하지 않았다. 평양 고사총사령부에서 근무했던 그는 "혹시 모를 차별도 걱정되고 처음에는 한국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워 먼저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정착 초기 최씨는 카페에서 '와이파이 무료 제공'이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점원에게 "왜 커피를 시켰는데 와이파이는 주지 않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그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탈주민이 남한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취업과 사회진출 과정에서 차별을 걱정해 출신을 숨기는 이탈주민이 많다고 한다. 이탈주민인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는(37) "취업과정에서 거의 모든 이탈주민이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 북한 관련 내용을 넣지 않는다"며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면접을 보면 질문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투 때문에 고향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강원도 출신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말하는 이탈주민들도 있다"며 "중국 공산당이라는 비판이 북한 간첩이나 빨갱이라는 의심이나 오해보다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탈주민과 함께 활동하는 모임이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우영 북한대학원 명예교수는 "인식개선 사업이 필요하다"며 "이는 우리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고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강서구의 남북통합문화센터를 예로 들었다.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합창, 악기 연주 등에 이탈주민과 기존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이탈주민 5000여명을 포함해 8만명이 이용했다.
이 교수는 "남북통합문화센터와 무연고 이탈청소년을 위한 경기 안성의 한겨레중고등학교도 처음에는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혐오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주민들이 활동에 참여하고 호응하는 시설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나 이탈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포용력을 키우는,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연 남북통화문화센터 센터장은 "한국사회에 받은 게 많다고 느껴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탈주민이 많다"며 "이런 요구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이탈주민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활동하며 긍정적으로 인식이 바뀌는 걸 경험하다보니 센터 프로그램 다수는 참가 경쟁률이 꽤 높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신지, ♥문원 결혼 반대 여론에 울컥 "가장 무서운 댓글은…" - 머니투데이
- 남편에 발길질 '퍽'…"이건 아니지" 동료 걱정 산 개그맨 부부 '이혼 위기' - 머니투데이
- "신혼집에 15억 보탠 아버지, 예비 며느리에 주 1~2회 전화 요구"…누리꾼들 해법은 - 머니투데이
- "죽을 생각만 했는데 박나래가 은인"…개그우먼 '눈물의 고백' - 머니투데이
- '생활고' 정가은, 서러움 폭발…"딸한테 몇천원 케이크도 못 사줘" - 머니투데이
- "5만원 내고 밥을 먹고가" 축의금 논란..."결혼이 장사냐" vs "양심 없어" - 머니투데이
- 타이어에 휠까지 다 빼갔다...BMW, 돌 위에 '덩그러니'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이러니 결혼 안 하지..."밥값만 3600만원" 결혼식 비용 '입이 떡' - 머니투데이
- '86세' 사미자, 지팡이 의지한 채..."잘 걷지 못해" 낙상 사고 후 근황 - 머니투데이
- "유상증자 공감" 한화솔루션 사외이사 전원, 주식매입 참여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