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시선 따라 걷는 스위스, 감각으로 읽는 여행서
관광지를 넘어 삶과 창작이 스민 공간 소개…문화로 재해석한 여행의 지층

전 코리아타임스 여행기자이자 스위스대사관 문화공보담당관으로 활동했던 윤서영 작가가 펴낸 『스위스 예술 여행』(안그라픽스 刊)은, 자연과 휴양 위주로 알려졌던 스위스를 문화와 예술이라는 감각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한 여행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가이드북도, 예술 서적도 아니다. 저자는 스위스대사관을 퇴사한 후, 1년 넘게 스위스를 종단하며 38명의 현지 예술가를 인터뷰하고, 그들이 안내하는 공간과 건축물, 거리와 골목까지 직접 발로 누볐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책은 마치 **'스위스 예술가들이 직접 안내하는 비밀 지도'**에 가깝다.
△여행과 예술 사이, 낯선 스위스를 발견하는 방법
취리히의 골목에서 마주한 디자인 스튜디오, 바젤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예술가의 작업실, 루가노 호숫가의 현대미술관, 알프스 자락에 숨겨진 파빌리온. 이 책이 소개하는 공간은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결코 찾기 어려운 장소들이다. 저자는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적 장소들 293곳을 고르고, 그 배경에 깃든 창작자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함께 담아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현지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공간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명소를 나열하거나, 후기와 별점에 기대는 기존 여행서의 방식에서 벗어나, 스위스에 살며 작업하는 이들이 직접 '자신의 스위스'를 들려주는 것이다.
△ "스위스는 풍경만이 아니라 감각으로도 기억되는 나라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건축가 마리오 보타, 페터 춤토르를 비롯해 조각가 클라우디아 콤트, 젊은 사진가와 독립 큐레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풍경과 예술,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스위스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독자에게 통역해 준다.
읽다 보면, 독자 역시 스위스를 걷는 감각이 바뀐다.
단순히 "어디가 예쁜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공간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가"를 듣게 된다.
예술은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여행자는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새로운 독서자이자 관찰자가 된다.
△ 여행을 감각하는 가장 깊은 방식
『스위스 예술 여행』은 총 408쪽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각 장에는 지역별 예술 공간과 동선 안내뿐 아니라, 건축과 미술, 디자인, 자연이 어떻게 하나의 문화로 융합되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예술여행이란 말은 종종 막연하게 들리지만, 이 책은 '예술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예술가의 삶을 따라 걷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한 장소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장소에 깃든 사유와 감각, 사람의 체온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스위스를 구성하는 감각의 지층을 지도처럼 펼쳐 보여주는 시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