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칡덩굴 무차별 확산…도심지로 번지고 천연기념물도 위협
산림에서 도심지, 자연유산까지 확산
나무 고사·식생 훼손, 생믈 다양성 위협

지난 16일 제주시 연북로의 한 도로변. 담벼락과 그 주변이 짙푸른 덩굴로 가득했다. 언덕처럼 볼록 튀어나온 곳은 나무에 얽힌 것인지, 시설물에 얽힌 것인지조차 알수 없을 정도로 덩굴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상기후로 제주에 빠른 속도로 칡덩굴이 확산되면서 경관 훼손은 물론 고유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는 올 들어 현재까지 도와 행정시 산림부서, 자연유산관리부서, 도로관리부서, 읍면동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칡덩굴 제거 작업을 추진한 결과 414㏊에 대한 1차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2022년에도 255㏊, 2023년 372㏊, 2024년 267㏊에 달하는 칡덩굴을 제거했다.
최근 제주에서 칡덩굴은 오름과 같은 산림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뤄진 도심지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 도는 올 상반기 오름과 공원, 하천 뿐만 아니라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인 연북로와 중앙로, 애조로, 평화로, 번영로 등에서 칡덩굴 제거작업을 벌였다.
이는 칡덩굴과 같은 덩굴류 식물이 강한 생명력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산하면서 주변 식생을 훼손하고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칡덩굴은 하루 30~40㎝씩 빠른 속도로 자라면서 나무와 같은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간다. 결국 덩굴에 얽힌 식물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말라 죽는다. 도 관계자는 “덩굴이 나무를 감고 올라 햇빛을 차단하고, 결국 나무는 고사한다”면서 “경관은 물론 산림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천연기념물과 같은 자연유산까지 위협하고 있다. 도는 올해 국가자연유산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신례천, 효돈천), 천지연·천제연 난대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 삼도 파초일엽자생지에도 칡덩굴이 번져 제거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칡덩굴 확산은 온난화,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기온이 올라 덩굴의 번식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칡덩굴 제거를 위한 대책도 다양하게 발굴되고 있다. 도는 행정 주도의 제거 작업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마을 단위 칡덩굴 제거단 구성을 독려 중이다. 현재 4곳의 마을에서 칡덩굴 제거단을 구성해 마을에 번진 칡덩굴을 제거하고 있다. 실무 관계자를 위한 덩굴 제거 전문기술교육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그간 6~9월에 국한됐던 제거 작업을 칡덩굴 휴면기인 1월부터 연중 실시로 전환했다. 산림일자리사업과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가용 인력을 확보하고,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대상 마을을 통한 제거사업도 추진 중이다. 산림조합과 연계해 칡뿌리 수매사업도 실시한다. 제주연구원은 올해 정책과제로 ‘제주지역 칡덩굴 확산에 따른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는 칡덩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현장 맞춤형 방제 기술을 다양하게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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