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가봤다]"문재인 XXX"⋯'극우' 파고 든 국립대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이른바 '극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사회 전반에, 전면에 드러났습니다.
극우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에 이은 대전판 리박스쿨로 불리는 한 종교단체의 학교 성교육과 강사 양성 교육 그리고 국립대까지, 교육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 "문재인 자체가 간첩이라며.."

지역 국립대 행정학부의 1학기
'헌법' 강의,
60명가량이 수강하는 행정학부
전공 수업에서 교수가 갑자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고 말합니다.
00대 000 교수
('헌법' 강의 녹취, 지난 3월)
"김정일이 지시하는 데 따르는 애들 있잖아, 민주노총이니… 문재인 자체가 간첩이라며… 그러니까 이게 나라가 퇴보한 거잖아."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5월 강의에선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 혐오 발언도
쏟아냈습니다.
00대 000 교수
('헌법' 강의 녹취, 지난 5월)
"대통령 후보 200만 원 벌금 딱 때리면
대통령 자격 상실되는 거야. 법적으로. 근데 '개딸'들이 막 뭐 별짓 다할 거야. 이게 지금 문제라고."

■ "극우 유튜브 보는 줄⋯불편했다"
학생들은 강의 내내 이어진
교수의 편향적인 발언이 불편했다고 말합니다.
00대 행정학부 '헌법' 강의 수강생
"갑자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첩을 소탕하지 않아서 민주공화국에 해가 됐다' 이런 어디 유튜브에서나 볼 법한 내용들을 강의에서 말씀하시니까
좀 경악스러웠죠."

학교 강의 평가와 별개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해당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들입니다.
이번 학기뿐만이 아닙니다.
"수업 내내 보수 성향 정당에 대한 지지와 찬양 발언만 들었다"거나
"제주 4.3 비하 발언이 불편했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 해당 교수 "여야 모두 비판⋯강의·표현의 자유"
해당 교수는 "헌법 강의다 보니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했고 지지자를 공격하는 얘기에 학생들이 거북했을 수 있지만 강의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습니다.
또 논란이 된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립대 측은 해당 교수를
헌법 수업은 물론 대학원 모든 수업에서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교수는 이 대학에서 25년째 논란이 된 이 수업, '헌법'을 강의해 왔습니다.
수업 중 교수의 편향·혐오 발언은
이 대학, 이 교수만의 문제일까?

■ 강의교재에 '더불어공산당''문재인 XXX'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의 또 다른 국립대 교육대학원
강의 자료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공산당'이라
적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간첩행위를
따져 처단해야 한다고 쓰여있습니다.

강의 교재인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비속어가 반복되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표현도 적혀 있습니다.
국립00대 교육대학원 졸업생
"그냥 좌절했죠. 00대 수준이
이 정도구나. 왜 여기에 앉아 있는지 되게 좀 속상했죠."
■ "XXX 같은 안중근이 일을 다 망쳤다"
해당 교수가 강의 중 식민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자 학생이 항의합니다.
000 국립00대 교수 (지난 1월 강의 중)
"<교수님은 대한제국을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왜 민비라고 하십니까?> 명성황후라고 나는 안 해요. <왜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는데.."
학생들은 교수가 독립운동가를 모독하는 발언까지 했다고 말합니다.
국립00대 교육대학원 졸업생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민국을 구하려고 했는데 또XX 같은 안중근이 일을 다 망쳤다' 뭐 이런 표현도 했었거든요."
공교롭게도 또 국립대였습니다.
그것도 민주시민성과 세계시민적 자질을 함양하고 중등사회과 교육을 담당할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과 교수의 수업 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 민원 제기에도 대학은 "참아라"⋯해당 교수 "표현의 자유"
참다못한 학생들이 학교 측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참아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국립00대 교육학대학원 졸업생
"(학교 면담에서) 졸업을 하려면 한 학기만 참아라. 또 다른 분들한테는
그 사람이 이제 정년퇴직이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참는 게 낫지 않겠냐.."
대학 총장 앞으로도 민원을 제기해 봤지만 졸업할 때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달린 답글도 의례적인 징계 절차
안내에 그쳤습니다.
학점이, 졸업이 중요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대응에 또 한 번 좌절해야 했습니다.
학교 측이 소극적 대응을 하는 사이
교수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수업 중 문제제기를 하면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런 거다. 공부를 더 해와라."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잘못 됐다"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아무런 조치도 없이 15차례에 걸친 수업은 계속 됐습니다.
일부에선 이미 해당 교수의 이런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문제의식 자체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전MBC 단독 보도로 해당 수업 내용이 알려진 이후 대학본부 측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해당 수업을 다음 학기부터 개설하지
않기로 했고 모든 학과에 편향적인 수업을 하지 않도록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한편 해당 교수는 역시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왜 욕하고 비판하지 못하냐"고 "강의 내용에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따져 물었습니다.
■ 교육기본법 6조 '교육의 중립성'
교육기본법 제6조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는 당연히 '교육의 중립성'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 '편향·혐오 발언' 왜 국립대에?
물론 국립대에서만 이런 논란이 있는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국립대에서 이런 문제가 더 쉽게, 오래 지속할 수는 있다는 게
국립대 퇴직 교수의 지적입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에는 교육공무원은 형의 선고나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임·휴직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국가공무원에 대한 신분 보장을 하는 겁니다.
징계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징계도 관련법에 따라 이뤄집니다.

성범죄나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한
국립대 교수의 언행을 견제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학내 징계 위원회가 열리려면 학생들의 구체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합니다.
수업 내용이 강의 계획서와 다르다거나
휴강이 잦다거나 학습권 침해와 관련해서 해당 국립대에서도 문제가 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처리는 전적으로 대학본부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실제 교수가 안중근 의사를 모욕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욕설 등을 쓴 강의는 학생의 민원 제기가 있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 강의 평가도 한계⋯"학생들 깨어 있어야"
수업 품질 관리를 위해 학생들이 하는
강의 평가가 있긴 하지만 평가 결과가 나빠도 성과급이 줄어들 뿐입니다.
강의 평가 등급에 따라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성과급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적은 성과급을 벌칙이라고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수업 개선 여부도 교수 자율에 맡깁니다.
국립대 관계자
"강의 평가에 대해서 개선안을 모든 교수들이 보고서를 쓰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수업을 멈출 수 있는 건 수업 거부와 같은 학생들 공동의 목소리뿐입니다.
거듭된 논란에 해법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학생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던 한 국립대 퇴직 교수의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습니다.
학문의 자유, 교수의 교육권만큼이나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대전M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