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처음으로 연준 의장 쫓겨날까…법률가들 “어려울 것”

김지훈 기자 2025. 7. 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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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2일 연단으로 이동하면서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해임하는 건 가능할까?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건물 개보수 관련 문제로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여러 법률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따져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파월 의장이 연준 건물을 개보수하며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 폭포 등 호화시설을 설치한 탓에 공사 비용이 애초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난 25억달러(약 3조5000억원)나 들었다고 주장한다. “사기”란 표현은, 파월 의장이 공사비 명목으로 돈을 빼돌려 착복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 의장이 임기 중에 쫓겨나는 건 그동안 미국 역사에 없던 일이다. 1913년 만들어진 연방준비제도법에선 의장을 ‘사유’(cause)가 있을 때만 해임하도록 규정하고는 있다. 이 조항은 일반적으로 부정행위나 중대한 위법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제기되는 의혹만으론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단 것이다.

먼저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공식적으로 해임하기 전에 연준에 통지해야 하고, 연준 의장은 해임 이유에 대해 대통령에게 설명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게 법률가들의 의견이다. 그 뒤 파월은 연방법원에 의장직 복직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판사가 해임이 정당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거나,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파월 의장이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를 본재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복직시킬 수 있다.

재판이 1,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면, 내년 5월 임기 종료 이전까지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파월 의장은 내년 5월까지 4년 의장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금융계에서도 그의 중도 사임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레브 메난드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는 “비위를 입증할만한 사실이 없어 보인다”며 “실제로 정부가 해임할 경우, 파월 의장은 대항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피터 콘티 브라운 펜실베이니아대 부교수(금융규제학, 변호사)는 “대통령은 의장의 사기와 중대한 과실 혐의가 확실하다고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정말 관심 있는 건 금리 인하를 위해 법적 우회로를 찾아내는 것이지, 파월 의장의 재건축 사업 관리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판사도 안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이 트럼프에 기울어 있다는 것이 불안 요인이다. 메난드 교수는 “평소라면 파월이 10번 중 10번을 이긴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 대통령이 법을 무시하는 걸 허용할 정도로 대법원이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헌법 해석을 폭넓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에 있는 연방준비위원회 건물을 보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사가 완료된 이후의 모습을 그린 조감도가 공사장 외벽에 붙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임 계획이 없다면서도 더 조사해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를 해임할 계획은 없다. 그가 사기를 저질렀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능성이 작다”면서 “25억달러 건축에 사기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5일 밤 백악관 집무실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12명과 만난 자리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내용의 서한 초안을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보여줬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부채 상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낮추라고 파월 의장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 1월 이후 정책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비를 빌미로 삼아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준은 지난 11일 연준 건물에 귀빈용 엘리베이터와 식당, 인공폭포, 옥상 정원 등 호화시설을 짓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주 연준 감찰관에게 개보수 프로젝트 검토를 요청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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