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트럼프의 방아쇠 흔들리는 세계 무역질서

강승구 2025. 7. 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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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세계진출과 함께 경제 국유화 착수… 민간기업 공정 경쟁 난항
“내부 제조업·국내산업 보호 우선”… 中에 관세·무역 보복조치 강행
전문가 “유연한 대응에는 산업 정책과 연계한 전략 고도화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中 겨눈 ‘관세전쟁’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 체제의 판을 깨고 있다. 관세를 무기 삼아 전 세계에 일자리와 자국 내 투자를 강요하며, 국제 통상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자,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높은 파도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뒤흔드는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이 아니라, 미국 자체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하는 통상 질서 속에서 기존의 자유무역주의를 고수하기보다 ‘전략적 자유무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시절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관세로 인해 제조업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높을수록 기업은 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시절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치켜세웠던 관세는 이제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무기가 됐다.

트럼프의 ‘관세 사랑’은 1기 행정부 때부터 드러났다.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 등에 관세를 매겼다. 또 미국의 가전업체 보호를 목적으로 외국산 세탁기에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자유무역 질서에 균열을 낸 건 트럼프였지만, 그 흐름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추가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고수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으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 한국시간 8일 새벽 1시부터 각국에 관세서한 [연합뉴스]

◇자유무역의 수호자에서 교란자로=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에 섰던 미국이지만, 그 질서를 흔든 장본인도 결국 미국이었다. 1930~1940년대에는 고관세와 보호무역 정책을 펼쳤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시장을 개방하며 자유무역 확산을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신뢰를 거둔 배경에는 ‘정치적 계산’과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김세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이 쓴 ‘조건부 자유무역시대’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자유화에 대한 믿음은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부터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출 농산물 중심의 남부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섰고, 제조업 중심의 북동부는 민주당의 텃밭이 되면서 무역 자유화에 대한 민주당의 지지는 크게 약해졌다.

민주당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무역 협정에 더 엄격한 환경·노동 조항을 넣을 것을 주장했다.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체결하는 FTA에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 기준을 포함하도록 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노동과 환경 보호를 FTA에 명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처럼 미국의 자유무역 개념은 점차 노동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2016년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자유무역 질서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는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미국 노동자에게 불공정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해외 무역 남용을 조사하고, 미국법과 국제법에 따른 수단을 동원해 이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바마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판하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힘을 실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 자국 우선주의의 서막이 열렸다.

미국 주요 산업은 제조업, 철강, 석유화학 등 해외 경쟁 제품의 유입에 따른 피해 우려로 자유무역에 점점 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던 ‘러스트벨트’ 지역은 블루칼라 노동자 비중이 높고, 미국이 2년마다 치르는 의회 선거에서 표심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김 과장은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자유무역주의가 회귀 없이 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진 배경은 트럼프 1기 때 본격적으로 추진된 산업 정책의 영향”이라며 “무역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면서, 리쇼어링(reshoring)·온쇼어링(onshoring) 등 내부 제조업, 특히 국내 산업의 육성과 보호에 정책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수입 철강·알루미늄,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제조업 일자리의 회복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이 흐름을 계승해 IRA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칩스법(CHIPS Act) 등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EPA·AP 연합뉴스

◇‘세계의 공장’ 된 중국의 역설… 표면 아래 깔린 ‘견제구’= 미국이 제조업 부흥을 내세우며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을 겨냥한 견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중국은 1999년 미국과의 협상을 거쳐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중국은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누리는 한편, 역설적으로 경제 국유화는 오히려 강화됐다. 중국은 현재 보조금 지급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자, 자유주의 국가의 민간 기업들은 공정한 경쟁 자체가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됐다.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로 지낸 최석영 광장 고문은 “중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 차별적인 조치를 취해 왔고,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소비재 수입시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려는 자체는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다시 자유무역 체제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는 제조업 강화와 중산층 보호 등을 내세우며 관세 정책과 무역 보복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자금과 민간 자본을 결합해 미국과 동맹국 내 핵심 산업을 위한 자립적이고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회복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로 지낸 최석영 광장 고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2기에 취하고 있는 대중국 강경 정책을 미국 의회가 입법으로 백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정부의 권력이 바뀐다고 미국의 대중 강경 정책은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식 통상정책이 제도적으로 지속 가능하냐는 문제는 여전히 법적 논란의 대상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앞으로 사법부와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헌법에 따르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의회의 권한이고, 행정부는 외국과 협상할 권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게 1심의 법원 판단이지만, 항소 이후 그대로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가을이나 내년이 되면 권한이 없다고 판결이 나오게 되면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관세 협상이 큰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은 산업의 종속 변수= 이처럼 통상 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하고 복잡해지면서, 국내 대응 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이슈는 산업은 물론 환율·관세 등 금융과도 밀접히 얽혀 있는 만큼, 보다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김 과장은 “앞으로는 산업 패권이 미래 안보까지 결정짓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통상은 산업 이슈의 종속 변수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현재 통상본부는 자유무역, 경제무역, 정책 등으로 크게 기능이 나뉘어 있지만, 전략적 자유무역 시대에 대응하려면 산업정책과 연계한 전략 고도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 고문은 “변화하고 있는 국제 환경에 대비해 현재 대응 조직이 적절한 지 재검토할 시점에 도달했다”며 “단순한 통상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 방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포괄적인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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