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 맞나요?

김남석 2025. 7. 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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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이 줄어드니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고, 자사주의 배당권 제한으로 배당 대상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배당액도 높아진다.

회사가 사들인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시장에 되팔거나, 교환사채 발행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주식을 넘기거나, 사내 재단 등에 무상으로 자사주를 출연한다면 의결권과 배당권이 모두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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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최근 가지고 있던 자기주식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지레 겁을 먹은 회사들이 급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을 취재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나 이를 처분할 때 공시를 해야 한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 취득 목적에 ‘주주가치 제고’를 적었다. 그런데 이 주식을 1년 만에 다시 팔 때도 처분목적은 똑같이 주주가치 제고였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면 해당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이득이 되는 것이 맞다. 시장에 유통되는 전체 주식이 줄어드니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고, 자사주의 배당권 제한으로 배당 대상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배당액도 높아진다. 그래서 보통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면 주가가 오른다.

그런데 이 주식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 결국 원점이 된다. 회사가 사들인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시장에 되팔거나, 교환사채 발행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주식을 넘기거나, 사내 재단 등에 무상으로 자사주를 출연한다면 의결권과 배당권이 모두 되살아난다.

과연 이 과정을 주주가치 제고라고 부를 수 있을까. 회사가 자사주로 소위 ‘장난질’을 하면서 해당 기업의 가치는 더 낮아지게 된다.

심지어 해당 주식을 되팔 때도 회사는 주주가치를 팔았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신사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겠다며 자사주 매각을 정당화했다. 이 정도면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살 때도, 팔 때도 주주가치를 팔면서 정작 회사만 이득을 가져간다.

자사주 매각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논리는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 주식을 사들일 때는 시장의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겠다더니, 이제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주식을 팔겠다고 한다.

자사주 주요 꼼수 중 하나로 꼽히는 교환사채 역시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샀는데, 불과 1년여 만에 돈이 부족해서 그 자사주를 담보로 사채를 발행한다. 이 정도면 그냥 자사주를 되파는게 나을 것 같은데, 굳이 교환사채를 고집하는 이유는 결국 ‘우호지분’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법에 굳이 자사주 의무 소각 내용을 담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선진국에서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교수님께 정말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당연하죠. 해외에서는 굳이 이런 내용을 넣지 않아도 자사주 매입은 곧 소각이라는 전제가 달려 있으니까요.”

해외에서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는 행위 자체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자사주 의무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자사주 꼼수’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상법이 개정되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해외 사모펀드 관계자는 억울하다고 했다. “한국 기업 중에 먹잇감으로 삼을 만한 기업이 있나요?”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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