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에 강한 놈 찾아라" 기후위기 대응 신품종 개발 '한창'

완주(전북)=정혁수 기자 2025. 7. 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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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서 시험 재배중인 배추 신품종 '하라듀' /사진=농촌진흥청

해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수박, 배추 등 농수산물 가격이 치솟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위로 인한 작황불황이 수급불균형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먹거리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국가 존립에 필요한 식량주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2023년에 '금사과'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당시 개화기 저온 피해가 심해 사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이이다.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4년은 배추가 난리였다. 그 해 9월 기온이 평년보다 3.2도나 웃돌면서 시장 배추 가격은 요동쳤다. 농식품부, 농촌진흥청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 품종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농촌진흥청은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 대응과 농가소득 안정 등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민 먹거리와 생활물가 안정 등을 위해 폭염과 가뭄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재배 방법 등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배추 신품종 하라듀 /사진=농촌진흥청

여름철 재배가 까다로운 배추는 폭염과 장마에 취약해 안정적인 생산이 쉽지 않다.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까닭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여름용 소형 배추 품종인 '하라듀'는 이같은 재배환경을 극복하고 고온기에도 잘 자라는 것은 물론 수확이 빠르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라듀'는 '하(夏·여름)'와 'durability(지속력)'의 합성어로, 더운 여름에도 잘 견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빠른 생육과 우수한 결구력, 소형 형태로 김치 가공용은 물론 알배기 배추로도 활용하기 쉽다.

이 품종은 내병성과 조기결구력이 우수한 '원교 20039'와 현장 품평회를 통해 선발된 자원 '원교 20045'를 교배해 육성한 1대 잡종 품종이다. 3작기 이상의 반복 시험을 통해 주요 형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고, 2023년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을 마쳤다.

실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고온기 내서성(더위 적응성)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기록했다. 특히 전북 남원 운봉지역에서 침수(4시간 이상)후 생육을 관찰해 보니 결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등 폭우와 같은 재해상황에서 견디는 능력이 뛰어났다. 여름철 배추 수급이 불안정한 시기에 출하가 가능해 배추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골든볼 /사진=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한 연구원이 대구 군위 사과연구센터에서 재배중인 사과 신품종 '골든볼' 생육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사과에서도 기후적응 능력이 뛰어난 놈이 나타났다. 사과 껍질에 빨간색이 드는 것은 마치 가을철 단풍이 드는 것과 원리가 비슷하다. 하지만 생육기 온도가 상승하면 빨간색 사과 생산이 어려워 진다.

생육기 온도가 높아지면 농가마다 사과를 붉게 물들이기 위해 열매를 이리저리 돌려주거나, 잎을 따주기도 하고, 나무 밑에 반사판을 까는 등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품종이 바로 '골든볼'이다.

골든볼은 8월에 수확하는 노란 여름 사과다. 껍질을 빨갛게 물들이는 착색 과정이 필요없어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당도는 14.8브릭스, 산도는 0.51%로 한 여름 사과로는 드물게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다.

일반적으로 여름사과의 저장성이 떨어지는 데 비해 골든볼은 과육이 단단하고, 상온에서도 10일 이상 유통할 수 있다. 2000년 '엘스타'와 '홍로'를 교배해 2017년 최종선발했고 2021년 품종등록을 마쳤다. 현장 과수농가의 반응이 좋아 대구 군위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5ha를 넘어서는 등 시장 수요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고구마 신품종 '호풍미' /사진=농촌진흥청

대표적인 구황작물로 알려진 고구마도 신품종 개발에 한창이다. 기존 호박고구마인 '풍원미'와 '호감미'를 교배한 신품종 '호풍미'는 당도가 높고, 수량이 많아 농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9개월 이상 장기 저장해도 덩이뿌리(괴근) 부패와 내부 공동화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조기 재배시 상품성 있는 고구마 생산량이 ha당 34.4톤으로 다수성 품종인 '풍원미'보다 9% 가량 많다.

농진청은 신품종의 빠른 보급을 위해 올해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충남예산, 전남영암, 경북예천 등 7개 지역에서 '호풍미' 70ha를 재배할 계획이다. 또 5개 도농업기술원과 함께 바이러스 무병묘에서 생산한 '호풍미' 씨고구마를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보급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이와 함께 다음 주 강원도 철원에 북부원예시험장을 개소한다. 철원은 한때 혹독한 추위로 인해 '원예작불 재배지의 한계지'로 여겨졌지만,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위기로 이제 '미래 원예작물의 생산 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은 북부원예시험장을 통해 극한 기상조건에서의 작물 적응성을 검토하고, 한랭환경에 최적화된 품종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채소, 과수, 화훼를 아우르는 다양한 원예작물 품목을 대상으로 적응성 평가와 재배에 알맞는 품종 선발, 북방형 생산기술 개발을 본격 추진한다.

권재한 농진청장은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경쟁력과 국민 먹거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고온을 비롯한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신품종 개발이 중요하다"며"신품종 육성과 이에 필요한 재배법 개발에 힘써 새 정부의 기후농정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완주(전북)=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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