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우리가 더 잘했다” 발언, 어떻게 이해해야할까[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5. 7.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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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 일본전에 앞서 생각에 잠긴 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장에 선 감독은 늘 조심스러워진다. 팀이 졌든 이겼든, 그들이 마주하는 질문은 전술 실패, 선수 기용, 책임 소재에 관한 것이다. 이때 대다수 감독들은 모든 걸 낱낱이 털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의도적으로 진실을 우회하거나 때로는 방패막이를 자처하기도 한다. “운이 없었다”, “우리 플레이가 더 좋았다”,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는 말은 심리전의 일환이자 선수단을 보호하는 전략인 셈이다.

2021년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홈에서 번리에게 0-1로 패하며 68경기 무패 기록이 끊겼다. 누구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온 리버풀이었지만 이날 공격은 창의성 없었다. 그러나 클롭은 “우리는 좋은 경기를 했고,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거나 과도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선수단을 보호하는 발언이었다.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2020년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리옹에 1-3으로 패했다. 갑작스러운 스리백 전환과 미드필더 싸움 부진이 패인이었다. 그런데 그는 “선수들은 훌륭했고, 나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루이스 반 할은 201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효 슈팅 1개에 그친 채 사우스햄튼에 패했는데 “경기를 지배한 것은 우리”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조롱 섞인 비판이 쏟아졌지만, 선수들을 향한 비난을 방어하는 효과는 명확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201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후에도 “우리가 더 나은 팀이었다”고 말했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라 비판도 많았지만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고 팬들에게 위로가 됐다. 안토니오 콘테 당시 첼시 감독은 왓포드에 1-4로 참패한 뒤에도 “선수들은 모든 걸 바쳤고 태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첼시는 조직력 붕괴, 일부 스타들의 태도 문제, 일부 선수와 갈등설 등으로 오래 곤욕을 치르는 터였다. 2022년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가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후, 디디에 데샹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 분위기를 살핀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공격수를 비판하기보다는 위로한다. 과도한 플레이로 경고 또는 퇴장을 당하거나 페널티킥을 내주는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게도 자초지종과 상황을 묻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기꺼이 잘못을 인정했다면 감독도 선수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식으로 인터뷰에서 발언한다. 반대로, 선수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하면 감독도 인터뷰에서 그 선수의 편에 서서 옹호한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기준은 자신보다는 선수, 스태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 인터뷰는 단순한 진실의 재현이 아니다. 선수단, 구단, 팬들을 향한 전략적인 침묵과 많은 요소를 고려한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감독의 발언에 대해 “그게 진실인가”보다 “왜 저런 말을 했을까”를 묻는 것이 더 정확한 독해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15일 일본에 0-1로 패한 뒤 “우리 선수들이 더 잘했다”고 한 발언도 그렇게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감독 인터뷰는 용의자를 대하는 경찰, 검찰의 취조와 다르다. 감독은 진실을 말할 의무도 있지만 주장을 피력할 권리도 있다. 동시에 팬들에게도 감독의 발언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비판할 자유가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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