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문화유산들, 밤에 발산하는 색다른 매력[함영훈의 멋·맛·쉼]

함영훈 2025. 7. 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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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 확대
튀르키예 서부 고대도시 에페수스에 실제 살았던 성모마리아의 집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진 유라시아의 다리, 1만2000년전 최초의 신전과 빵을 만들었던 ‘문명의 제로포인트’, 튀르키예가 세계에서 가장 많고, 가장 오래된 세계유산급 문화유산의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Night Museums Project)’가 여름철을 맞아 많은 세계여행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선선한 날씨 속에 야간에 특별한 매력을 발산한 에페수스, 파묵칼레 등에 수백만 관광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올해는 총 25개의 유적지가 해가 진 뒤에도 문을 연다. 관광객이 몰리는 낮 시간을 피해 조용하고 여유롭게 유적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이라는 시간대에만 느껴지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튀르키예 전역 81개 도시에서의 사계절 관광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설명했다.

이스탄불에서는 고고학박물관(일부 구역 제외), 아야 소피아 역사체험관, 튀르키예 및 이슬람 미술관이 밤 10시까지 문을 열고, 갈라타 타워는 밤 11시까지 환한 불빛 아래 방문객을 맞는다.

앙카라성

수도 앙카라의 경우, 앙카라성이 해진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히타이트 문명의 유물이 가득한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아타튀르크의 첫 임시 안식처였던 민족학박물관이 밤 9시까지 개장된다. 무거운 역사와 조명이 함께하는 공간은 마치 살아 있는 교과서 같다.

에게해 인근 이즈미르의 에페소스를 걸을 때면, 마치 고대 로마 시대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얀 대리석 기둥과 반쯤 무너진 극장은 조명을 받으며 더욱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유적지는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11시까지 개방된다.

파묵칼레에 붙어있는 히에라폴리스 야간 관람

인근의 ‘문화예술팩토리’ 역시 인상 깊다. 140년 전 알산작 테켈 공장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산업과 예술, 유산이 만나는 현장이며, 밤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충돌하던 문명이 신사협정으로 화해하며 문화유산 파괴가 거의 없었던 보드룸의 수중고고학박물관에서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대 선박과 유물들이 환한 조명 아래 물결처럼 전시되어 있고, 파묵칼레의 히에라폴리스는 야간 관람이 오히려 더 신비롭다.

하얀 석회암 지대에 걸린 달빛과 유적의 실루엣이 어우러지면, 그 풍경은 여행자가 아닌 예술가의 시선을 불러일으킨다.

안탈리아로 이동하면, 박물관과 유적들이 줄줄이 밤을 밝힌다. 아스펜도스의 대극장, 시데 해안의 고대 유적지, 그리고 파타라의 황금빛 해변 유적까지, 지중해 바닷바람 속에서 역사를 마주하는 경험은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도 강렬하다.

넴루트산

동틀 무렵의 넴루트 산 정상은 이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콤마게네 왕국의 안티오코스 1세가 세운 거대한 석상들이 해돋이를 마주하고 서 있는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전 4시부터 9시까지 한정 개방되는 이 시간대에 방문하면, 어둠이 서서히 걷히며 석상들의 얼굴에 빛이 스며드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카파도키아에서는 지하도시들이 조명을 밝힌다. 데린쿠유, 카이막르, 외즈코낙 등 깊고 어두운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그 안은 오히려 따뜻하고,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이 지하도시들은 모두 밤 9시까지 운영된다.

불이 꺼진 도시에서 유적이 조명을 밝히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시간, 움직이는 이야기, 그리고 조용한 감동이 스며드는 공간이 된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지중해 나라로, 매년 5000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아름다운 휴양 및 문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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