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하고 싶었던 동기… 인생 2막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사랑합니다]

흔히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문득문득 야전소총수(치안의 최일선 강력계 형사를 일컫는 경찰 은어)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과거 야전소총수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술자리나 모임에서 소싯적 야전소총수 시절의 무용담을 털어놓곤 한다.
야전소총수 무용담 하면 불현듯 떠오르는 반갑고 미안한 얼굴이 있다. 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폭력조직 ‘지존파’ 일당을 붙잡은 주역 한기수 형사다.
그와는 무도경찰 입직 동기이자 초임 시절 3년간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다. 한 형사의 말에 의하면 1994년 9월 17일 새벽 2시경 서울 서초경찰서에 다급하게 뛰어들어온 한 여성이 몸을 부들부들 떠는 등 겁에 질린 모습으로 경찰에게 “한 범죄 집단이 사람들을 납치해 감금한 뒤 죽이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신고를 접수한 한 형사는 사실 확인을 위해 동료 형사들과 지방에 있는 그 폭력 조직의 아지트로 찾아가 2시간여의 잠복 끝에 새벽녘 부식(콩나물)을 사기 위해 아지트에서 나오던 조직원 1명을 추적해 붙잡았다고 한다. 이후 다른 조직원을 한 명씩 밖으로 불러내는 지혜를 발휘해 나머지 5명을 차례대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만든 아지트의 내부는 한마디로 말해서 ‘살인 공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차고 밑의 비밀통로로 연결된 지하실엔 대검과 총기류, 다이너마이트 등 70여 점의 흉기가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납치한 사람들을 감금한 내부에는 철창 감옥과 사체를 태울 수 있는 소각장까지 마련돼 있었으며, 심지어 납치된 한 중소기업 사장 부부의 유골이 온전히 남아있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형사는 “한 여성의 신속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 다른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등 또 다른 강력 범죄를 막았다”고 추억했다.
그 이후 그는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계장을 거쳐 서울 중부경찰서 강력계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야전소총수가 되겠다. 자부심과 사명감 하나로 살아온 멋진 삶이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은 국내 5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태평양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한 전문위원은 성격이 털털하고 쿨하고 밝아서 오래 두고 싶은 동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의 자녀 결혼식 때 달력에 표시까지 해두고도 지방 출장 등 바쁜 일정 등으로 인해 깜빡 잊고 참석하지 못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사실 그 일이 있은 뒤로 면목이 없어 연락하지 못했다. 한참 늦었지만 이 지면을 빌려서 한 전문위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의 인생 2막도 지금처럼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진화하고 있다. 경찰 수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필자가 야전소총수로 근무하던 시절은 타고난 감각과 통찰력, 집요함으로 발품을 팔아 범죄를 해결하는 ‘아날로그 형사’였다. 그때 그 시절은 몸은 비록 힘들고 고달팠지만 막걸리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동료애를 나누는 등 따뜻한 정과 의리가 있어 정말 좋았다.
‘추억은 역사의 다른 이름이고 미래를 짓는 토양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화하면 수사기법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과학적으로 범인을 붙잡는 첨단 과학수사 시대가 왔다. 젊고 유능한 야전소총수들이 첨단수사기법으로 더 많은 범죄자를 붙잡고 범죄를 소탕하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야전소총수들의 정의를 향한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문영호(천신CNK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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