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부라 출생신고도 못해" 미신고 아동들 어쩌나 [방치된 입법 공백]

김현우 2025. 7. 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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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제헌절 77주년을 맞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논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23일, 이런 상황에 놓인 미혼부들의 헌법소원 청구를 받아들여, '사랑이법'과 생물학적 친모에게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한 법 조항들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미혼부들은 출생신고를 하려면 다시 '사랑이법' 이전 방식으로 돌아 복잡한 △성본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 신설 △인지청구 등을 거쳐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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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혼부의 출생신고 '사랑이법'
5월 31일부터 효력 정지
'친생추정' 탓에 쉽지 않은 법령 개정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제헌절 77주년을 맞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논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사회의 가족 관념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안도 조명한다.
미혼부 김지환씨는 생모의 인적 사항을 모르는 미혼부가 홀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가족관계등록법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지난 2014년 겨울, 유모차를 끌고 무작정 강남역으로 나섰던 그는 ‘사랑이법’이 제정된 이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김지환씨 제공

"아이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소송을 진행 중인 아빠들의 상황은 겪어보기 전엔 상상하기 힘들어요. 아이가 열이 나는데도 응급실로 달려간 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혼자 아이 돌보느라 벌이에 한계도 있고. 내가 키우는 게 과연 아이를 위하는 걸까 싶어 수만 가지 생각을 하죠."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 · 2019년 한국일보 인터뷰)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는 사각지대였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2015년 '사랑이법'이 시행되며 숨통이 트였다. 아이 친모의 이름이나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 아빠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6월 8일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사랑이법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했다. 출산 후 생모와 연락이 끊기거나 생모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할 경우 문제가 생겼다. 생모가 자녀를 낳을 시 자동으로 법적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상 '친생추정' 조항 탓이다. 생모의 남편이 해당 자녀를 자신의 앞으로 출생신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유전자 검사 등에 친모가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계속 문제가 됐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23일, 이런 상황에 놓인 미혼부들의 헌법소원 청구를 받아들여, '사랑이법'과 생물학적 친모에게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한 법 조항들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반영해 입법하라며 올해 5월 31일까지를 입법기한으로 뒀다. 그러나 기한이 지나도록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미혼부들은 출생신고를 하려면 다시 '사랑이법' 이전 방식으로 돌아 복잡한 △성본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창설허가 △가족관계등록부 신설 △인지청구 등을 거쳐야 하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우리나라 미혼부는 5,366명에 달하고 미혼부의 자녀는 6,106명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두 건 발의된 상태다. 생부가 유전자검사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친자관계를 입증한 경우, 법원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으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안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다. 다만 이마저도 연계 법들이 상당한 만큼 당장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혼부 출생신고 관련 활동을 해왔던 정훈태 승소 변호사는 "친생 추정 조항이 핵심인데, 이와 관련한 여러 법들이 서로 촘촘히 얽혀 있어 정부도 얽힌 실타래를 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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