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구 건설경기 부양책 절실…서울 돈줄 대구로 흘러들 핀셋 처방을

대구에서 각자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몇해 전에 정년퇴직한 부부가 있다. 이 부부에게 결혼적령기 외아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구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고민 끝에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 중심권 상가에 편의점을 여는 방식으로 아들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사업자 등록을 아들 명의로 했기 때문에 아들은 어엿한 편의점 사장님이 됐다. 부부는 내심 편의점의 목이 좋기에 장사가 잘될 것이고, 아들은 며느리감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부부는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느긋한 연금생활을 즐기리라 작정했다.
하지만 편의점 매출이 점차 줄어들더니 언젠가부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주기도 힘든 형편이 됐다. 아들 탓이 아니었다. 대구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부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편의점에 출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교대로 근무하던 시간대를 이들 부부가 맡았다. 아들을 포함해 세 식구가 하루 8시간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인건비는 없다. 아들 몫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기대했던 며느리감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대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한때 대표적인 자영업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던 편의점마저 대구서는 버티지 못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대구지역 편의점은 2천145개로, 한 달 전보다 9개 줄었다. 매출이 줄어드는 바람에 버티기 힘들어 문을 닫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 중심상권인 동성로에도 '임대' 안내문을 붙인 빈 점포가 즐비하다.
악화된 대구지역 경제 상황은 데이터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2025년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GRDP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의 역신장률을 나타내면서 전국 최악이었다. 특히 지역경제에 미치는 전·후방효과가 가장 큰 건설업 생산은 대구가 -24.3%로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역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데다, 민간 및 공공부문의 건설 발주마저 줄어든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중견건설업체가 넘어가고, 서민 일자리인 건설현장 일감조차 말라가고 있다. 16일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6월 대구·경북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탓에 지난달 대구지역 건설업 취업자 수는 9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천 명이나 줄었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주를 꺼리는 바람에 건설현장의 일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폐업·부도 건설사가 늘면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의 건설경기는 현재 지역경제를 붕괴시킬 만큼 심각한 상황이어서 처방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서울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시행된 6·27 대책은 강남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이었다. 물론 지방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묘책은 아니다. 풍선효과로 서울의 돈줄이 대구로 흘러오기를 기다리기에는 하세월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소비가 위축되는 바람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자리조차 사라지는 대구를 되살려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이란 거대담론을 논하기 전에 지방에도 주권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대선 득표율이 낮다고 대구를 포기한다는 오해를 받아서도 곤란하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는 새 정부의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도록 지역 맞춤형 건설경기 부양책이 절실하다. 취약한 지역에 투자할 경우 대출 규제는 물론, 다주택자 중과세를 완화함으로써 갈 곳 잃은 서울 돈줄이 대구를 비롯한 지방으로 흘러들 수 있는 핀셋처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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