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꼬일대로 꼬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정혜인 2025. 7. 17. 07: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케이블, 송출수수료 비중 두고 입장 차
작년 수수료 협의도 못해 대가검증 협의체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 위한 정부 역할 기대
다만 올해 협상 코앞이기 때문에 새 가이드라인 도입되긴 어려워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14일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AI 정책을 비롯한 과기부의 여러 주요 현안들이 다뤄졌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과기부의 또 다른 역할인 미디어 정책도 거론됐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TV홈쇼핑의 '송출수수료' 문제였습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TV홈쇼핑의 경영난이 심각한데 7개 사업자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가 지난해 기준으로 73%가 넘는다"고 언급했습니다.

한 의원은 또 "과기부의 대가 검증 협의체를 통한 중재 노력에도 갈등이 격화하고 있으니 정부 개입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죠. 이에 대해 배 후보자는 "협상 절차나 방법 등 가이드라인에 따라 (TV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간의) 협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송출수수료 문제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될 정도라는 건 그만큼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부가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73% vs 38%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일종의 '자릿세'로 볼 수 있습니다.

송출수수료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이달 초 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4년도 TV홈쇼핑 산업현황'에 따르면 7개 TV홈쇼핑사(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1조6750억원에서 지난해 1조9364억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반면 TV홈쇼핑의 '본업'인 방송 매출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TV 시청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TV홈쇼핑협회의 같은 자료에 따르면 7개 홈쇼핑사의 방송 매출액은 2020년 3조939억원에서 지난해 2조6428억원으로 급감했는데요. 지난해 TV홈쇼핑사들의 방송 매출은 2012년 이래 최저 수준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TV 송출 비용은 늘어나는데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TV방송 매출 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4.1%에서 지난해 73.3%로 치솟았습니다. TV홈쇼핑이 방송에서 1000원을 벌면 733원은 유료방송사업자의 몫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홈쇼핑사들은 불만이 큽니다. 안 그래도 TV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드는데 번 돈의 대부분을 방송사에 줘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TV홈쇼핑협회는 매년 매출과 송출수수료 규모를 공개, 비교하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료방송사업자 중 하나인 케이블TV가 이를 반박하는 영상까지 게재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달 유튜브 채널 '케이블TV 30년'을 통해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비중에 대해 반박하는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이 영상은 TV홈쇼핑사들이 방송 매출의 70%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낸다는 주장에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방송 매출뿐만 아니라 모바일·인터넷 구매까지 포함해서 송출수수료 비중을 논해야 한다는 게 케이블TV협회의 주장인데요.

모바일·인터넷 구매도 TV 시청 후 이뤄진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케이블TV방송협회가 인용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홈쇼핑 시청 후 구매한 소비자의 69%가 TV 시청 후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TV를 본 후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구매가 이뤄지므로 모바일·인터넷 매출도 TV 채널 광고 효과를 봤다는 겁니다.

봉합되지 않는 갈등

TV의 매출 기여도에 대해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다르다보니 접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출 기여도외에도 송출수수료 협상의 기반이 되는 지표인 유료방송 가입자 수 역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TV홈쇼핑업계에서는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TV 가입자 중 상당수가 '중복 가입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기부의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0만 가구에 달합니다. 반면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가구 수는 2273만에 그칩니다. 1가구에 여러 유료방송 회선이 설치된 경우가 다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중 다수는 일반 사무실, 숙박업소 등 비주거용 법인 가입자로 추정됩니다. 송출수수료 산정 과정에서 비주거용 법인 가입자를 제외해달라는 TV홈쇼핑의 요구를 유료방송 측에서 거부하며 '블랙아웃(송출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CJ온스타일이 딜라이브, 아름방송, 씨씨에스충북방송 등 3개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해 송출 중단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죠.

송출수수료 갈등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송출수수료 협상을 아직도 끝내지 못해 지난 4월부터 과기부의 대가검증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가검증 협의체는 TV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지연되거나 요청이 있을 경우 운영되는 회의체입니다. 지난해 수수료 협상도 아직 끝나지 못했으니 아직 시작도 못한 올해 송출수수료 협상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정부가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TV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과기부가 나서서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과기부는 지난해부터 '홈쇼핑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TF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 외에도 홈쇼핑업계 전반의 여러 의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중기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 케이블TV의 지역채널 커머스 확대 등이 그 중 하나인데요. 이 사안들 역시 TV홈쇼핑, 데이터홈쇼핑, 유료방송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분명한 건 국내 방송 사업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TV홈쇼핑,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국내 방송 및 홈쇼핑 시장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킬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해 봅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