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목포 도시재생의 기적’…‘시민자산화 건물’ 곳곳서 위기

조해영 기자 2025. 7. 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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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상점 대부분이 떠나며 쇠락하던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

주민이 보유한 '시민(지역)자산화' 건물이었다.

2020년대 초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시민자산화' 건물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부터 '지역자산화 지원 사업'을 시작해 시민자산화 건물을 마련하려는 이들에게 저리 대출 등을 지원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3년부터 지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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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건맥펍이 자리한 전남 목포시 만호동에서 ‘1897건맥거리축제’가 열리고 있다. 건맥1897협동조합 누리집

1990년대 이후 상점 대부분이 떠나며 쇠락하던 전남 목포시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 이곳에 2020년 들어선 맥줏집 ‘건맥펍’과 게스트하우스 ‘건맥스테이’는 ‘도시 재생의 기적’으로 알려졌다. 지역 특화 브랜드와 일자리를 만들고, 축제를 열어 사람을 다시 모았다. 특히 눈에 띈 건 건맥펍과 건맥스테이가 들어선 3층 건물의 건물주가 ‘동네 주민’이라는 점이었다. 주민들이 모여 만든 건맥1897협동조합의 조합원 180여명이 출자금을 대고, 크라우드펀딩과 대출로 3억원을 모았다. 주민이 보유한 ‘시민(지역)자산화’ 건물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시민자산화 ‘우수 사례’로까지 꼽힌 건물은 4년여가 흐른 지난해 10월, 조합원 총회에서 매각이 결정됐다.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창수 건맥1897협동조합 이사장은 16일 한겨레에 “이 공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죽을 맛’이라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자금을 모아 어떻게든 건물을 되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2020년대 초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시민자산화’ 건물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주민이 협동조합 등을 꾸려 토지·건물을 소유하고 이를 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던 터였다. 한때 주민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쇠락한 지역을 되살릴 대안으로 각광받았지만, 치솟은 대출금리와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암초에 부닥친 것이다.

시민자산화 건물을 소유한 주민협동조합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들이 처한 어려움은 우선 대출이자다. 2020년대 초 저금리 대출을 끼고 마련했지만, 이후 치솟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에 놓인 곳이 많다. 서울 마포구에서 시민자산화 건물 ‘모두의놀이터’를 운영하는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의 박영민 상무이사는 “연 3%대 초중반이던 금리가 한때는 5%대 후반까지 올랐다.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만 해도 상당해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추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민자산화 건물의 특성상 일반 상업 건물처럼 임대료를 높이거나 수익을 극대화해 손실을 만회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시민자산화 건물 모두의놀이터 모습. 해빗투게더협동조합 누리집

시민자산화 움직임에 호응했던 정책 지원이 사라진 것도 어려움을 더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부터 ‘지역자산화 지원 사업’을 시작해 시민자산화 건물을 마련하려는 이들에게 저리 대출 등을 지원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3년부터 지원이 멈췄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되던 비슷한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사단법인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시민자산화 건물 준비 단계에서 서울시 지원 사업이 사라지며,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마련해야 했다.

시민자산화 건물 운영자와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과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황호완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제작본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소유하겠다는 시민자산화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자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소 안이하게 생각했던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등을 지낸 시민자산화 전문가 전은호 모라비안앤코 커뮤니티브랜딩본부장은 “이자만 부담하는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인내 자본’ 구조를 만들고, 개인이 시민자산화에 투자할 때 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정책적으로 설계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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