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논쟁만" 헌법불합치 그 후 [방치된 입법 공백]

김현우 2025. 7.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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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제헌절 77주년을 맞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논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사회의 가족 관념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안도 조명한다.

2019년 4월 11일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판단하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정비하라고 결정했지만, 후속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어 "국회법을 개정해서 헌법불합치 관련 결정 이행 조항을 넣거나, 국회의장의 연초 입법계획에 반영하는 등의 대안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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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있는 15개 헌법불합치 법들
8건은 이미 입법 시한 넘겨 '지각'
수혜자 적고 논쟁적이라고 논의 뒷전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제헌절 77주년을 맞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논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사회의 가족 관념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안도 조명한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판결을 촉구한 지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헌법불합치는 '시한부 위헌 결정'이다. 헌법재판소(헌재)가 "이 법은 위헌이지만, 당장 없애면 혼란이 크니 정한 시기까지 고치라"는 숙제와 입법 시한을 주는 조치다. 국회나 정부가 정치와 행정의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사회적 총의를 모아 바람직한 기준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각 입법'이 빈번하다. 정치적 이유나 현안에 밀려 법 개정이 기한을 넘기기 일쑤고 입법 공백 우려도 반복된다.

한국일보는 제77주년 제헌절을 맞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의 논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방치된 법안을 중심으로 살폈다.

16일 헌재 등에 따르면, 1988년 헌재가 출범한 이래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은 올해 5월까지 총 327건이다. 이 중 15개 법이 여전히 개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절반이 넘는 8건은 이미 정해진 입법 시한을 넘긴 상태다. 입법은커녕 충분한 공론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 적잖다.

통과해야 할 논란이 무겁고 난해해 뒷전으로 미뤄둔 '낙태죄' 논의가 대표적이다. 2019년 4월 11일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판단하며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정비하라고 결정했지만, 후속입법은 감감무소식이다.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 등의 눈치 탓에 정부도 국회도 소극적이다. 21대 국회에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렵사리 10명의 공동발의자를 모아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로도 나아가지 못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재가 대체적으로 입법 방향을 제시해주는데다 법제실 심의를 거쳐 법안을 만들고 논의하면 되는데 애초에 (국회가)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법을 개정해서 헌법불합치 관련 결정 이행 조항을 넣거나, 국회의장의 연초 입법계획에 반영하는 등의 대안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지를 가진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국민투표법은 201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뒤, 개헌이 화두가 될 때마다 개정안만 발의됐을 뿐이다. 2017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관련 당사자가 적어 뒷전으로 밀린 법도 있다. 2021년 6월 24일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진 보안관찰법 얘기다. 헌재는 당시 범죄 등으로 보안관찰처분을 받은 사람이 주소가 바뀔 때마다 7일 이내에 신고를 하도록 한 조항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개정 시한은 2023년 6월 30일까지였고 관련 논의는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한 차례 발의한 것에 그쳤다.

12·3 불법 비상계엄과 대선 등 주요 현안에 밀려 처리 시기를 놓친 법도 있었다. 8촌 이내 근친혼을 금지한 민법이 합헌이지만 혼인 무효사유로 정한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결정 이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개정안을 냈지만 계엄과 대선 국면이 겹치면서 한 차례 보고에 그쳤고 진척은 없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에서도 매번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사안을 확인해 국회에 고지를 하고 있지만 후속 조치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정당 해산 등 거대 담론뿐 아니라 민생, 실생활 관련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도 국회가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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