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잊었나" 외국인 차별 선동에 반발한 일본 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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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인들이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파 정당들의 외국인 차별 선동이 심해지자 "외국인에 대한 언어 폭력과 차별 조장 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우익 정당들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생활보호지원금을 받는 건 위헌이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남용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 학생보다 더 우대받는다" 등 근거 없는 허위 정보들을 퍼트리자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일본 내 외국인 배타주의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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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공생사회 후퇴 발언 용납 안 돼"
우익 정당 외국인 때리기에 자민당도 우클릭
"日극우화, 이번 선거가 분기점… 무섭다"

일본 문인들이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파 정당들의 외국인 차별 선동이 심해지자 "외국인에 대한 언어 폭력과 차별 조장 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참의원 선거 운동이 가열되면서 유세를 빙자한 '외국인 때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1923년 간토대학살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16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국제펜(PEN) 일본 본부인 일본펜클럽(이하 펜클럽)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운동을 빙자한 유언비어 유포와 외국인에 대한 공격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우익 정당들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생활보호지원금을 받는 건 위헌이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남용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 학생보다 더 우대받는다" 등 근거 없는 허위 정보들을 퍼트리자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이다. 국제팬은 세계 문예가들이 표현의 자유 수호와 문학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펜클럽은 배외주의를 비판하며 간토대학살을 언급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사회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등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조선인 약 6,000명이 살해된 사건이다.
펜클럽은 "참의원 선거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외국인 배척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언비어와 차별 선동이 실제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등으로 이어진 역사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를 반성하며 다문화 공생사회를 지향해 왔는데 일부 정치인들의 환심 사기용 차별적 발언으로 후퇴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권자들이 한 표를 소중히 행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이번 참의원 선거는 외국인 배척으로 물들었다. 우익 정당인 참정당은 외국인 생활보호지급 제도 정비, 공무원 채용 규제를 공약했고, 일본유신회는 외국인 인구 비율 상승 제한을, 일본보수당은 이민 정책 전면 수정을 내걸었다. 참정당은 외국인 차별 공약의 효과로 자민당에 실망한 강성 보수층 표심을 흡수하며 1석이었던 의석수를 두 자릿수까지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참정당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상대적으로 온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당마저 외국인 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집권 자민당은 '불법 외국인 제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일본 정부는 전날 외국인 규제책을 총괄하는 '외국인과의 질서 있는 공생사회 추진실'을 신설했다. 국민민주당도 "외국인들의 사회보험 가입 실태를 전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일본 내 외국인 배타주의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극우 정당들을 연구한 엔도 겐 도쿄대 교수는 아사히에 "외국인 비판 주장은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데, 일본인 수천만 명이 이 계층에 속한다"며 "자민당이 이들의 지지를 얻고자 우클릭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지금이 (일본 사회의)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나카지마 교코 펜클럽 상임이사는 "유언비어나 가짜뉴스가 국가 정책에 반영되니 무섭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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