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마블 주인공 꿰찬 ‘섹시한 아저씨’

요즘 유행하는 ‘테토, 에겐’ 분류법을 적용하자면, 배우 페드로 파스칼(50)은 테토남의 강인한 외양에 에겐남의 부드러움을 갖췄다. 테토와 에겐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 로마 장군이나 마약 단속반 형사에 어울리는 선 굵은 외모지만, 따뜻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로 울컥하게 만드는 양면성이 그의 매력이다. 중년의 성숙미로 MZ세대까지 사로잡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됐다.
1999년 데뷔해 긴 무명 시절을 보낸 파스칼은 2019년부터 드라마 ‘만달로리안’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A급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 여름에만 그가 주연을 맡은 대형 신작 3편이 개봉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판타스틱4’에선 초능력 히어로가 되어 지구를 지키고, 셀린 송 감독의 로맨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에선 뉴욕 최고의 싱글남으로 삼각관계에 휘말리며, 아리 에스터 감독의 서부극 ‘에딩턴’으로 칸 국제영화제까지 진출했다.

세 편 중 가장 먼저 한국을 찾는 영화는 마블의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24일 개봉)이다. 우주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초능력을 얻게 된 우주 비행사 4명이 지구를 파괴하려는 악당과 맞서 싸운다. 파스칼은 50세에 ‘판타스틱4’를 이끄는 천재 과학자 리드 리처드 역에 낙점됐다. 16일 언론에 미리 공개된 30분가량의 영상에서 이들은 “마블 최초의 수퍼 히어로 가족”을 선언하며 가족애에 관한 이야기임을 예고했다. 리드는 아내 수전(버네사 커비)의 임신을 알게 되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캐스팅이 발표되고 “리드 역을 맡기엔 나이가 많다”는 일부 팬의 우려도 나왔지만, 그의 콧수염과 고전적인 외모가 196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복고풍과 잘 어우러진다. 그동안 마블 영화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 이후 중심축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판타스틱4’는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감정적인 몰입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페드로 파스칼의 ‘아빠미(美)’가 마블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만하다.

칠레 출신 이민자인 그에게 ‘가족’은 뗄 수 없는 키워드다. 칠레 명문가 출신인 그의 부모는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해, 생후 9개월 된 페드로를 안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처음으로 그가 얼굴을 알린 작품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었다. 이국적인 귀족 오베린 마르텔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때 스페인어 억양이 섞인 아버지의 말투에서 영감을 얻어 연기했다고 밝혔다.
미혼에 아이도 없지만 파스칼은 ‘대디(아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표작인 ‘만달로리안’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모두 아버지 같은 캐릭터로 헌신적이고 보호 본능이 강한 인물을 연기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동시에 두꺼운 팔 근육과 감각적인 패션 센스로 ‘섹시한 중년 남성’을 뜻하는 속어 ‘재디(zaddy)’라 불리기도 한다. 든든하고 기대고 싶은 어른의 이미지로 현대적인 남성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크레이그 메이진 PD는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그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나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나, 그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안고 살아간다. 무해한 남성성에 대한 향수나 갈망, 파스칼은 그걸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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