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 올린 ‘세계 보건 긴축 시대’

최경윤 기자 2025. 7. 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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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미국 대외원조 전담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 로고가 보이는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해외 원조를 삭감하면서 올해 세계 보건 기금 규모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세계가 ‘보건 긴축 시대’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과 보건계측·평가연구소의 공동 연구는 “올해 세계 보건 기금의 총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112억달러(약 15조원) 감소한 384억달러(약 53조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요 공여국이었던 미국은 올해 세계 보건 기금을 전년 대비 최소 67% 삭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20일 취임한 후 “(미국만) 거액의 돈을 부당하게 내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WHO 탈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WHO 전체 예산의 약 18%를 부담해왔다.

연구진은 “세계 보건 긴축 시대가 도래했다”며 주요국들의 연쇄적 원조 삭감 흐름에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보다 40%, 프랑스는 33%, 독일은 12%에 달하는 해외 원조 예산을 각각 줄였다. 지난 2월25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해외 원조 예산을 삭감해 국방비 증액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보건 기금 삭감의 직접적인 피해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미국의 원조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등 질병 치료 사업을 전개해왔다. 특히 모잠비크와 말라위는 에이즈 치료에 있어 미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해왔다.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쌓아온 세계 보건 성과를 지키기 위해 재정 회복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재원 조달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건강 격차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 랜싯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국의 해외 원조 삭감으로 5년 내 14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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