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대통령 성장률’ 뒷걸음질의 반전 카드
前 대통령들, 전임자 성장 못 넘어
추락 뒤집을 계기를 만들려면
기술 혁신 성장에 매진해야
대통령 경제정책의 성적표는 결국 성장률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성장률’ 추세는 실망스럽다. 노태우 대통령 때 평균 9.3%였던 성장률은 김영삼(8.1%), 김대중(5.7%), 노무현(4.7%), 이명박(3.4%), 박근혜(3.2%), 문재인(2.6%) 그리고 윤석열(2.1%)에 이르기까지 점점 낮아져 왔다. 굳이 역대 대통령 성장률을 나열한 것은, 전임자를 넘어선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없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3%’를 목표로 내걸었다. 성장률 대신 잠재성장률이란 표현을 쓴 것은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온 힘을 쏟으면서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실제 성장률은 3% 내외가 목표라는 얘기다. 전임자들의 성장률 추락 추세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이 내다보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0.8%다. 31조8000억원에 이르는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돈을 풀면 확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 정도 추경은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만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진짜’ 성장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을 보자. 미국의 대통령 성장률은 우리와 달리 들쑥날쑥하다. 카터 때 2.8%로 주춤했던 성장률을 규제 완화와 감세를 내세운 ‘레이거노믹스’로 3.8%까지 올린 레이건이 있는가 하면, 재정 흑자 시대를 열며 평균 4% 성장을 달성한 클린턴 대통령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보다 성장률이 높은 추세는 있다. 앨런 블라인더(Blinder) 프린스턴대 교수가 트루먼부터 오바마까지 대통령 성장률을 분석했더니, 민주당 대통령은 4.33%, 공화당 대통령은 2.54%로 격차가 무려 1.79%포인트나 됐다. 블라인더 교수는 계량 경제학 방법을 동원해서 그 요인을 찾아봤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재정 풀기나 금리 인하 등은 성장률 격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어떤 당이나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차이가 난 것은 민주당 대통령 때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됐고, 기술 혁신 등으로 생산성이 높았으며, 해외 성장률도 높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 기대가 낙관적인 것도 영향을 줬다. 유가 안정이나 해외 동반 성장은 미국 외교 정책의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생산성이 높았고 경제가 좋아지리라는 기대가 컸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영국의 개발 경제학자 디팍 랄(Lal)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기원전 1만년 이후 각종 성장 모델을 연구한 후 인류의 성장 방식은 크게 ‘스미스적 성장’과 ‘프로메테우스적 성장’ 두 가지로 묶을 수 있다고 했다. ‘스미스적 성장’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말한 ‘분업’에 기반한 성장이다. ‘프로메테우스적 성장’은 제우스의 말을 어기고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한 말로, 인류가 불을 갖고 한 단계 도약했듯이 신(新)기술에 기반해 성장하는 것이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한국은 이미 스미스적 성장보다 한 단계 높은 성장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에서 ‘AI(인공지능) 3대 강국’ ‘기술 주도 성장’ 등을 앞세웠다. 대통령 성장률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기술 혁신’ ‘구조 개혁’이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된다. 기술 혁신 선도국으로 도약할 구상을 현실화하고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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