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03] I know how to sing

영화 ‘댄스 위드 섬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2022·사진)’는 팝의 아이콘 휘트니 휴스턴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다. 레코드사 대표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그녀의 목소리를 한 세대를 대표할 가장 위대한 목소리라며 극찬했지만 정작 그녀의 아버지는 목소리가 아닌 이미지를 중시했다. 그는 휘트니가 본연의 모습이 아닌, 완벽히 포장된 ‘미국의 공주님’이 되길 원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그대로의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아. 넌 공주님이야. 공주님처럼 보여야 해(They don’t wanna see ‘just you.’ You’re a princess. Start looking like one).”
하지만 세상의 잣대는 모순적이다. 주류 대중은 공주님을 사랑했지만, 흑인 사회는 그녀의 음악이 흑인답지 않다며 ‘솔 트레인 어워드’에서 야유를 보냈고, 시위대는 그녀를 ‘백인 같은 휘트니(Whitney “Whitey” Houston)’라 조롱했다. 휘트니는 백인도 흑인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으로 내몰렸다. 세상이 강요하는 정체성 속에서 길을 잃어가던 그녀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낸다. “흑인처럼 노래하는 법도, 백인처럼 노래하는 법도 몰라요. 나는 그저 노래하는 법을 알 뿐이에요(Look, I don’t know how to sing Black, and I don’t know how to sing white either. I know how to sing).” 음악은 색깔이 아니며 경계가 없다고, 자신을 향한 잣대들이 실은 다름과 변화에 대한 반감은 아니었는지 반문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틀에 가두고 규정하려 든다. 휘트니의 삶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스스로를 증명하려 했던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이다. 그녀의 진정한 목소리(The Voice)는 단순히 완벽한 가창력이 아니라 세상이 만든 경계를 허물고 오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 했던 영혼의 외침이다. 그 외침이 있었기에 그녀의 노래는 아직도 인종과 시대를 넘어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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