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이 대통령 주변에 아첨꾼이 너무 많다
“NO” 못하고 아부하다 첫 내각 인사 참사
‘이재명 리더십’ 칭송하는 의원 겸 장관들
나쁜 리더는 보좌진 아첨에서 나온다

충남대 총장을 지낸 그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에 체류할 때 아이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해 부모 마음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교육 국가책임 강화 등 ‘공사(公私) 딴판’인 정책 방향을 밝히는 데는 배신감을 금치 못하겠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그랬다.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1년, 딸이 외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데 대해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했다. 강남좌파의 내로남불을 칼럼으로 지적하자 조국은 “내 속의 ‘위선’과 ‘언행불일치’를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시비리로 딸을 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결국 실형을 살게 됐음은 온 국민이 아는 바다.
물론 이진숙에게 조국 같은 범법 행위는 없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딸을 특별하게 교육시켰으면서 평등과 개혁을 외쳤던 조국이나, 딸들을 조기 유학 보냈으면서도 감히 “공교육 국가책임”을 입에 올리는 이진숙이나 보통 학부모들 속을 뒤집어 놓기는 마찬가지다.
자진 사퇴든 지명 철회든, 결국 이진숙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다음 반드시 있어야 할 일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다.
내각 추천이 끝난 뒤 강 실장은 “대통령님 눈이 너무 높으시다”는 아첨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수많은 요소를 고려하고 검토했다며 “통님의 안목에 대한 신뢰를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인사 원칙은 충직과 유능함이다. “수십 년 전에 실수했다고 해서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비서실장은 “안 됩니다” 같은 직언이 직업이어야 한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안목까지 대놓고 칭송하니 대통령실에서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을 리 없다.
문제는 대통령 주변에 강훈식 같은 아첨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에는 2022년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검찰 소환에 “전쟁입니다” 문자로 ‘전쟁 같은 정치’를 자극한 김현지 총무비서관 등 ‘성남 라인’이 포진해 있다. 이 속에서 대통령의 눈길을 끌려면 아첨이라는 생존의 기술로 무장해야 할 판이다.
김민석 총리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민주당 의원들도 하나같이 말로써 충직을 증명했던 친명 인사들이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최고위원직에 출마하며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충성 맹세를 했다. 도를 넘는 갑질로 민심이 들끓는데도 진작 사퇴하지 않는 것도 이 대통령 단식 때 이부자리까지 보살핀 극도의 충직함을 자신해서가 아닌가 싶다.
친명계 원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014년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도전 때 “시장에 그칠 사람이 아니다. 10년 뒤 대선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최상의 아부성 발언을 날린 바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202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을 죽이려 해선 안 된다”며 이 대통령을 김대중-노무현 반열에 올려놓은 전력이 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재명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실천할 사람”이라고 했다. 안규백 국방부, 김성환 환경부, 김윤덕 국토교통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엄호했던 발언을 기록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이 대통령이 내각 절반을 의원들로 채우면서 그것도 아첨을 서슴지 않는 친명으로 조각한 것은 위험하다. ‘나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아주대 권향원 교수의 최근 논문은 보좌진의 아첨 성향이 리더의 완고함 형성에 가장 큰 영향(49.9%)을 미친다고 했다. 운 좋고 자신감이 넘치는 이 대통령이 지금처럼 아부에 능한 참모진과 장관들에 둘러싸여서는 제왕적 대통령을 넘어 권위주의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차라리 ‘대장동 재판’ 받는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전자장치를 달고서라도 비선 실세로서 직언해 주었으면 한다. 2021년 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밝혔듯 “정말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고 털어도 먼지도 안 나올 사람”이라면 말이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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