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8괘-24절기 품은 연못 위 우주… 기능과 철학 다 잡은 경회루[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동양에서는 氣 상호작용이 우주… 주역-동양사상 數로 담은 경회루
내실 3칸 = 천지인, 8개 기둥 = 8괘… 건축-조경-철학 결합된 건축 귀감

동서고금 건축물에 우주의 원리를 담으려는 시도는 그 자체가 건축의 역사다. ‘우주(宇宙)’의 한자 뜻 역시 ‘집’을 의미한다. 우주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문헌은 시교(기원전 390년∼기원전 330년)가 쓴 ‘시자’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우(宇)는 상하사방, 즉 ‘공간’을 뜻하고 주(宙)는 고금왕래의 ‘시간’을 말한다. 두 의미를 더하면 우주는 세상만물이 펼쳐진 시공간을 가리킨다. 시공간을 이해하는 것과 집을 짓는 일은 동일한 행위로 인식된다.》

최초의 소피스트(고대 그리스에서 변론술을 가르치던 사람들)인 프로타고라스는 신과 가장 닮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생각했다. 성당이나 시청사 등 유럽의 주요 도시 건축에서 입면과 평면의 비례 모두 인체의 비례를 기준으로 했다. 이런 기하학적 원칙은 고딕과 르네상스건축, 이후 근대건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17세기 과학자 뉴턴은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 자연의 운동법칙을 수학적으로 풀어냈고, 우리의 삶이 우주와 연결돼 있음을 밝혔다.
수를 통해 우주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건축에 담아낸 것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양은 모든 사물과 사물은 기(氣)로 연결돼 있고, 이것의 상호작용으로 우주가 구성된다고 여겼다. 주역에서는 가볍고 잘 움직여서 발산하는 양의 에너지를 양효(一)라 하고, 비어 있는 공간으로 응축하는 음의 에너지를 음효(--)라고 기호화했다. 음과 양의 분화 후 다시 양은 양과 음으로 확대돼 태양과 소음이 되고, 음은 태음과 소양이 되어 사상(四象)으로 분화한다. 이 사상은 또다시 각각 음양으로 분화해 세상을 이루는 팔괘(八卦)가 된다. 음양이 분화해서 세상을 이룬다는 동양의 자연철학은 현대 양자역학의 발달과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백미를 꼽으라면 우선순위에 드는 것이 바로 경복궁의 경회루다. 경회루는 태종 12년(1412년)에 청계천과 창덕궁을 건축한 박자청에 의해 지어졌다. 성종 때 증축됐으나 임진왜란 때 돌기둥만 남은 상태로 소실됐다. 이후 고종 4년(1867년)에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경회루는 사신을 위한 연회 장소 외에도 과거시험이나 피서의 장소,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로도 이용했다. ‘경회(慶會)’라는 이름은 태종 때 하륜이라는 신하가 정했다. 마땅한 인재를 등용해야 경회에 이를 수 있고, 이는 왕과 신하가 서로 덕을 통해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경회루 2층은 마루를 3단 높이로 각각 달리해 가장 높은 중앙에 3칸의 중심 공간을 만들었다. 그 아래 중앙 3칸을 둘러싼 12칸을 두 번째 단으로 만든 후, 그 아래 전체 경회루를 위한 마루를 뒀다. 각각의 단차가 있는 경계에는 천장 방향으로 문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분합문을 만들어서 문을 내렸을 때는 공간이 분리되고, 문을 올리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될 수도 있도록 했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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