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빈대떡 신사

서울 한남동 대로변 LP 가게 바이닐앤플라스틱에 들렀다. 여비가 간당간당해서 <도미도 레코드 가요힛트앨범> 딱 한 장만 사 들고 나왔지. 과거 내 음반 인터뷰로 만나 음악 일로 종종 뵙기도 하는 기자 출신 음악전문가 최규성 샘의 설명글이 앨범 속에 들어 있네. “한국전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50년대에 발표된 대중가요들은 제작 음반사조차 불명확한 혼돈의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간드러진 꾀꼬리 소리 박재란이 부른 ‘님(창살 없는 감옥)’에선 “창살 없는 감옥인가 만날 길 없네. 왜 이리 그리운지 보고 싶은지.” 감옥에 에어컨은 어디만 켜진다던가. 옥살이 방마다 선풍기가 어떻단다 옥신각신. 죄인에게 에어컨 실외기를 넣어드리자는 댓글이 장원이었다.
가수 한복남이 부른 ‘빈대떡 신사’에선 “들어갈 땐 폼을 내며 들어가더니 나올 적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뒷문으로 도망가다 붙잡히어서 매를 맞누나… 주머니엔 한 푼 없는 새파란 건달. 요리 먹고 술 먹을 땐 폼을 냈지만 매 맞는 꼴이야.” 요리 먹고 술 먹는 일에 진심이던 누가 떠오르는 선곡이었다. 또 어떤 ‘계몽’ 여인이 영치금 넣을 은행 계좌번호를 공개하여 화제가 되었다. 몰염치와 탐심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았다.
빈대떡은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고, 파전이랑 김치전 생각이 나 후배에게 가게를 물었더니 그 노래 없이 무슨 맛이겠냐고. 산골 집에서 음악 들으며 부쳐 먹으란다. 음반을 사고 돈이 떨어진 빈대떡 신사. “아까운 전 재산을 들어먹고 마지막엔 양복을 잽혀도 요릿집만. 쳐다보길 점잖은 신사 같지만 주머니엔 한 푼 없는 새파란 건달…”
쳇, 전당포에 잡힐 고급진 맞춤 양복 한 벌 없고, 퉁퉁한 금가락지도 하나 없어. 마음만 부자다. 참, 금보다 귀하고 재미난 노래들이 있구나.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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