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칼럼] 시조, 동아시아의 창을 열다 - 임성구 ((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knnews 2025. 7. 1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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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지구를 달구고 있다. 117년 만에 맞닥뜨린 기록적인 폭염 앞에 꽃과 나무가 축축 늘어지고, 가축은 물론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찜통의 일상을 누그러뜨릴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있는 곳에서 쉬고 싶은 나날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직면한 일상은 마음 편히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바쁜 사람은 바쁘게 살아야만 그게 쉬는 것이라고 했던가. 일복이 많은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조금의 여유를 갖고 싶어 지난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했지만, 여전히 바쁜 일상은 매한가지다. 문인으로서 활발하게 창작하고 여러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여행을 통해 문학적 세계관 정립을 위해 체험하며 안목을 넓혀가는 중이다.

시조(時調)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혼이다. 지난주 사단법인 국제시조협회와 대만현대시인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대 현대시 낭송교류회’를 위해 3박 5일 일정으로 대만을 다녀왔다. 이번 교류회를 개최하기까지는 대만현대시인협회 김상호 이사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대만현대시인협회’는 2000년 7월에 설립되었다. 2005년 3월에 계간지 ‘대만현대시’를 창간하여 지금까지 여든여덟 권을 출간하였다.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계간지 외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단체이다. 무엇보다 대만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이 한국 분이라는 게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 이튿날 오후 ‘한국·대만 현대시 낭송교류회’를 위해 국립대만문학관에 도착했다. 국립대만문학관 건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과 유사했다. 1916년에 건립된 ‘타이난주청(臺南州廳)’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03년에 개관했으며 문학 전문 박물관으로 대만의 문학 유산을 보존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일제 잔재의 건물을 그대로 리모델링해서 활용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 아픈 역사도 역사다. 상처를 지우기 위해 무너뜨리고 새 건물로 올린들 그 역사가 완전히 사라지겠는가. 그대로 보존 활용하면 후손에게 그야말로 살아 있는 교육적 가치가 될 것이라 여겨졌다. 분명 우리와는 다른 국민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국립대만문학관 내 국제회의실에서 첸잉팡 국립대만박물관장의 환영사와 양국 주최 측 이사장의 인사말을 뒤로 이호우 선생의 ‘개화’와 이영도 선생의 ‘보리 고개’를 소개하고 국제시조협회 회원의 작품 21편과 대만현대시협회 회원 작품 24편을 3명씩 나와서 양국 시인이 번갈아 낭송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스크린에는 양국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 올려졌고, 여타의 설명은 현장 통역으로 서로 소통하는 문학 교류의 장이 되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자선 대표 시조집을 국립대만문학관에 기증하였다. 필자는 지난해 말에 펴낸 영번역 시조집 ‘성구의 시절인연’을 준비했다. 첸잉팡 관장은 기증한 도서를 단순히 기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본행사를 마친 후에 늦은 밤까지 양국 시인의 대화가 무르익었다. ‘왕사탕’ ‘꼬막 삶기’와 같은 생소한 언어에 대한 질의와 함께 짧은 단시조에서 간결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조의 우수성을 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어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내년에는 사단법인 국제시조협회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세미나를 성대하게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민병도 이사장의 각오가 남다르다. 그동안 국제시조협회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시조집을 발행하고 학술세미나와 낭송회를 열어 문학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K-문화에 관심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등에서 현지의 언어로 시조를 가르치고 창작하는 그룹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의 하이쿠처럼 우리 시조가 세계적인 문학이 될 때까지 노력의 바통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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