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여기선 춤으로… 발달장애인 발레 수업 가보니

이시은 2025. 7. 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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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맞춤형 수업 현장

타이밍 놓쳐도, 다르게 움직여도
누구도 눈살 찌푸리지 않고 격려
여러번 반복후 어느새 동작 완성

문화예술 활동 참여 기회 대만족
9월에 수원시티발레단과 공연도

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소강당에서 수원시티발레단의 발달장애인 맞춤형 발레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5.7.10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희망을 보았다’.

지난 10일 오후 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소강당. 발달장애인 발레 수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강당으로 들어섰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오자 참가자들은 익숙한 듯 포인트슈즈로 갈아신고, 매트 위에 앉았다.

수업은 앙바, 알라스콩드 등 간단한 발레 동작으로 시작했다. 이어 팔을 번쩍 들고 앞으로 발을 내딛는 등 우아한 고난도 동작으로 이어졌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남들과 조금 다르게 움직여도 그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리듬에 맞춰서 몸을 들썩이거나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처음 시도한 동작을 곧잘 해냈다. 그럴 때마다 수업을 이끄는 강사는 참가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잘했다”, “발레리나 같다”, “그렇지”라는 따뜻한 말로 격려했다.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발달장애인 맞춤형 발레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발레 수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에 참가한 발달장애인들은 오는 9월10일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페스티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수원시티발레단과 함께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소통하는 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수원시장애인복지센터 소강당에서 수원시티발레단의 발달장애인 맞춤형 발레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2025.7.10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수업을 이끄는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 단장은 “낯선 공간과 사람들 앞에서 조심스러워하던 참가자들이 수업을 거듭하니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신감도 생긴 듯 보였다”며 “완벽한 동작을 익히는 것보다 예술활동을 즐기고 소중한 경험을 쌓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흔치 않았던 만큼 참가자들은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박진영씨는 “발레 동작을 보고 따라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경험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함께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전채원씨도 “무대에서 발레복을 입고 춤추고 싶다”며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씨의 부모인 김희정씨도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해볼 수 있고 새로운 발레 동작을 익히고 몸으로 표현해내는 과정이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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