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운임 깎여 폭염 속 주행… 라이더 수명도 깎여나간다
배민, 건당 기본운임 3천원 → 1400원
33도 넘으면 500원 추가 ‘운행 유도’
하청사별 수수료 차등 지급도 우려
“정부, 비정형 노동에 기준 마련을”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의 ‘운임 삭감’과 ‘하청사 등급제’ 시행에 대해 전국의 배달노동자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배달플랫폼 업계가 배달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이하 노조)는 인천, 경기, 서울, 부산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를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말 하청사 소속 배달노동자들의 1건당 기본 운임을 3천원에서 1천400원(픽업 700원+배달 700원)으로 삭감했다. 가게 한 곳에서 2개 이상의 콜을 수행하더라도 픽업 운임은 1건 기준으로 지급된다.
배달노동자인 신영기(48·인천 미추홀구)씨는 배달료 삭감 후 소득이 지난해 대비 40%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신씨는 “배달의민족은 운임 변경 소식을 배달 어플 내 ‘약관 변경 고지’를 통해서만 알렸고, ‘동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당장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기사들에겐 선택권이 없었다”며 “운임 변경 이유나 기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슷한 소득을 올리려면 2배 넘는 콜을 수행해야 하는데, 더운 날씨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 오전 6시부터 14일 오전 3시까지 배달 260건 달성 시 3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배달의민족이 폭염 속 배달노동자의 무리한 운행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로모션 기간 5일 중 3일은 최고기온이 33℃를 넘었다. 폭염 속에서 하루 24시간을 쉬지 않고 1시간당 평균 2.8건을 배달해야 미션 달성이 가능한 조건이다.
이대근 노조 인천지회장은 “줄어든 운임에 생계가 어려워진 라이더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폭염 속에도 일을 하게 된다. 33℃가 넘으면 1건당 500원을 추가로 받는 ‘폭염 할증’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성중 노조 경기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노동에 뛰어들고 있으나 환경이 너무나 위험하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플랫폼과 같은 비정형 노동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하청사 등급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청사별로 소속 라이더들의 콜 수락률과 배달 물량 등을 비교해 일정 조건을 달성하는 하청사에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이 제도가 하청사 소속 배달 노동자들의 경쟁을 유발해 빠른 배달과 무리한 운행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과 경기지회를 포함한 노조 8개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과 함께 ▲안전운임제(최저보수제) 도입 ▲폭염·폭우 등 기상 악화 시 대책 마련 ▲과도한 프로모션 제재 등을 정부와 배달플랫폼 업계에 제안했다.
/송윤지·조수현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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