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부업체마저 외면하는 저신용자 대책 병행해야

오는 22일부터 이자율이 연 60%가 넘거나 폭행·협박·성착취 등을 통해 맺은 불법 대부계약은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못 받는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국회가 작년 말에 불법 사금융 처벌 강화를 위해 대부업법을 손본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하위법령을 마련한 것이다.
대부계약에서 기존에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초과한 이자만 무효화 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불법 대부계약을 ‘반사회적’으로 규정하고 원금까지 회수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미등록 불법사금융업자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등록된 대부업자여도 대부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기재했을 경우 언제든지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
대부업 등록요건도 개인은 현행 1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법인은 현행 5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온라인 대부중개업은 1억원, 오프라인 대부중개업은 3천만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금융권 건전성 지표 중의 하나인 자기자본은 스스로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을 의미한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명칭을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고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불법 사금융의 뿌리를 뽑아버리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대부업법 개정으로 불법사금융업 진입 유인이 크게 억제되고 피해를 두텁게 구제받는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부업에 대한 족쇄 강화가 자칫 자금 공급 위축을 초래해서 금융소외계층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 20% 인하 이후 채산성이 나빠진 대부업체 수가 갈수록 축소되는 터에 대출 잔액 또한 줄고 있다. 대부업의 대출심사도 깐깐해지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승인율은 2021년 12.3%에서 2023년 4.9%로 크게 낮아졌다. 대부업 대출이 거절된 저신용자들은 더 높은 금리나 불안정한 조건의 비공식 채널에 의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악성 고리대 척결은 당연하지만 좋은 제도만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고물가까지 겹쳐 서민경제가 더욱 악화되었다. 대부업계가 외면하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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