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가고 있는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흔히 정교 분리의 문맥에서 인용되는 이 성경 구절은 사실 ‘책임과 귀속은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올해 초 무관할 차량등록제의 구조적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이기도 하다.
무관할 차량등록제 시행 15년, 차량등록은 어디서나 가능해졌지만 등록 업무가 집중된 지자체에는 정작 세금이 남지 않는다. 수원, 인천, 안산, 창원, 전주 등 업무가 몰리는 지역들은 비슷한 행정 부담을 반복해 겪고 있다. 징수 행정은 특정 지역이 담당하고 세수는 전혀 다른 지역으로 간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했다. 시민 편의를 높이기 위한 행정 방식의 전환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특정 지자체가 과도한 사무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어디서나 등록이 가능하다는 제도의 출발점이 유지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합리적 정산 체계와 입법적 장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 그 누구도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정산이나 책임 분담 조항 조차 없는 허술한 업무 위수탁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에 책임을 통감하는 도는 올해 처음으로 ‘세수증대 활동비’라는 이름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도 단위 예산 지원만으로는 이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제도의 골격을 바꾸지 않고선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얽혀진 실마리를 풀기 위해선 결국 15년 전 업무 위수탁 협약에 참여했던 지자체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충돌이 없고 일부 지자체만 감내하면 되는 구조 속에서 자발적인 논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제도의 설계자인 국토부, 징수의 책임을 지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입법의 권한을 가진 국회가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여야 한다.
무관할 차량등록제는 더이상 편의가 아니라 형평과 책임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카이사르의 것이 온전히 카이사르에게 돌아가기 위해선 이제 책임 있는 응답이 필요하다.
/김지원 경제부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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