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노는 애들 다 도서관 간대!
지난달 개관 연제만화도서관서 본 도서관의 변화
한쪽에선 학생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인기 만화 ‘원피스’를 읽고 있고, 다른 쪽에선 아이들이 VR 기기를 쓰고 온몸을 흔들며 게임에 흠뻑 빠졌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로보트 태권 V’ 만화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책장을 넘긴다. 누군가는 최근 유행하는 놀이공간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은 ‘도서관’이다.
- 전국 최초의 만화특화 공공도서관
- 만화책 3만 권 어마어마한 컬렉션
- ‘드래곤볼’ 등 추억의 명작 특별전시
- 마블과 DC를 위한 책장, VR존 등
- 어린이·청소년·성인 모두에게 인기

과거 도서관은 독서하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책을 읽거나 빌릴 때만 방문하는 것이 당연했고, 반드시 조용하고 정숙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책은 물론 체험 프로그램과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개관한 ‘연제만화도서관’(부산 연제구 연산동)은 그 흐름의 중심에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전국 최초의 만화 특화 공공 도서관으로, 4층 규모에 고전부터 최신 인기작까지 3만여 권의 컬렉션을 자랑한다. 공부의 적으로 여겨지던 만화책과 도서관의 조합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 지난 8일 직접 도서관을 찾아 그 매력을 느껴보기로 했다.
개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이미 부산 시민에게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평일 낮임에도 도서관은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도서관 1층(만화라운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마블’과 ‘DC’의 이름을 단 책장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으로 유명한 ‘DC코믹스’와 아이언맨 헐크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마블코믹스’. 미국 만화계 양대 산맥을 이루는 두 만화사의 작품을 진열한 것으로, 일반 도서관이라면 찾아보기 힘들었을 다양한 만화책과 화집도 볼 수 있다.
그 옆으로는 ‘좀비에게 물려도 끝까지 읽는 책’이란 제목으로 꾸며진 서가가 눈길을 끌었다. 이는 개관 기념으로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린 주동근 작가가 엄선한 도서를 선보이는 코너로, 앞으로 2~3개월마다 사서들이 새로운 주제의 큐레이션(전시) 서가로 꾸려갈 예정이다.

한편에는 7m 높이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돼 있다. 현재 부산시 캐릭터 ‘부기’를 연필과 붓, 태블릿 등 다양한 도구로 그려내는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상영 중으로, 향후 PC로 그린 그림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라이브 드로잉쇼’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반대편에는 어린이 공간인 ‘키득키득’이 자리하고 있다.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와 빈백이 놓여 있어 어린이가 엎드리거나 반쯤 누운 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키득키득의 최고 인기 시설은 ‘VR존’이다. VR기기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 시설로, 주말에는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자랑한다.
‘디지털 미디어 북’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즐길 거리이다. 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반응형 도서 체험 시설로, 거치대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 북을 올려놓으면, 이를 인식한 빔프로젝터가 백지였던 책 페이지에 내용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페이지를 넘기거나 책 속 그림을 확대하고 이동하는 것도 가능해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이 외에도 움직임을 인식해 반응형 게임을 즐기는 ‘메타도어’와 태블릿을 통해 직접 만화를 그려보는 ‘쓱쓱그려+방’ 등이 마련돼 있다.

2층은 ‘만화의 숲’ 테마로 꾸며진 공간으로, 한국 일본 동양 서양 등으로 구분된 세계 각국의 인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원피스’와 ‘드래곤볼’ 같은 베스트셀러는 물론, ‘20세기 기사단’과 ‘열혈강호’ 등 추억의 작품과 건축 의학 역사 외국어 등 교육 목적 만화도 비치돼 있다.
현재 개관을 기념한 특별 전시도 진행 중이다. ‘모험’을 주제로 ‘포켓몬스터’ ‘드래곤볼’ ‘원피스’ ‘은하철도 999’ ‘이누야샤’ 등의 캐릭터 피규어와 관련 도서를 함께 전시해 관람객의 흥미를 끌고 있다. 2층에는 ‘미디어 감상존’ 2개실이 마련돼 있어 영상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Wavve)’의 콘텐츠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층에는 ‘웹툰창작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20여 대의 PC와 태블릿이 설치된 시설로, 신청을 통해 최대 3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특강도 진행되며, 수강 신청은 공식 홈페이지(https://yeonje.go.kr/manhwalib/main.do)를 통해 할 수 있다.
연제만화도서관의 운영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 책읽다 고개들면 푸릇푸릇 나무들
- 숲뷰·산복도로뷰… ‘뷰맛집’ 도서관
- 숲에 싸인 중앙도서관·풍광 좋은 동구도서관
- 북항풍경·별자리 책장 독특한 북두칠성도서관

이제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곳에서 복합문화공간, 나아가 황홀한 뷰를 자랑하는 관광 명소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에도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머물 수 있는 이색적인 도서관이 여럿 있어 관광객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숲을 바라보거나, 바다와 도시의 야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곳, 기차역과 이어진 도심 속 도서관까지. 독특한 개성을 지닌 도서관 세 곳을 소개한다.
부산광역시립중앙도서관(중구 보수동)은 환상적인 ‘숲 뷰’로 유명하다.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 대표 도서관 중 한 곳인 이곳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초록빛 풍경을 배경으로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봄이면 겹벚꽃이 만개해 꽃놀이와 독서를 함께 즐기는 이들로 북적인다.
또 도서관 1층 ‘어린이·유아실’은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파노라마 창으로 감상할 수 있어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이 도서관은 30만여 권의 장서와 1만2000여 점의 비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옛 문헌과 사진 등 향토 자료 6000여 점도 포함돼 있어 부산 자료 특성화 도서관으로 지정됐다. 사료 전시와 부산 민속문화 및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강좌 등 지역성을 살린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동구도서관(동구 범일동)은 부산을 상징하는 두 가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독특한 경치로 유명하다. 하이라이트는 건물 4층에 있는 ‘책마루 전망대’로, 3층에서 계단을 이용하거나 외부의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낮은 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진 ‘산복도로 뷰’와 높은 빌딩과 부산항의 모습이 자아내는 ‘오션 뷰’가 동시에 펼쳐진다. 특히 해가 진 뒤에는 부산항의 야경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 한다. 전망대에는 책과 옛날 TV 모양의 포토존도 마련돼 있어 추억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북두칠성도서관(동구 초량동)은 북항친수공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자리해 부산항 북항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다. 이곳의 이름은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옛 항해사들이 북두칠성을 나침반 삼아 항로를 찾았듯, 책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내부는 북두칠성 별자리 모양의 7개 원형 서가가 배치된 독특한 구조로 눈길을 끈다. 이곳은 부산역과 보행 덱으로 연결돼 있어, 도보 7분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역 주민은 물론 여행객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잦다. 또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도담도담 아카데미’와 지친 마음을 음악으로 위로하는 ‘해질녘 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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