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당신의 밥상머리 교육은 안녕하십니까?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학원을 다녔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신봉하는 엄마가 등 떠밀어 보낸 것이었다. 지나고보니 다소 내성적이었던 딸아이의 성격이 바뀐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태권도는 품새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손하게 인사하는 법부터 시작해 예의범절도 가르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웠기에 딸아이도 기본인성 발달에 좋은 교육을 받길 바랐다.
어느 날 퇴근길에 딸아이가 태권도 하는 모습이 궁금해 태권도장으로 가 봤다. 도장 안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또래 남자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들어왔다. 그런데 다음 교습시간을 기다리며 장난치던 아이들이 한창 수업 중인 우리 딸아이를 가리키며 "어후야~~ 쟤 이쁜데~~"하며 서로 품평회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초등 1~2 학년 밖에 안 된 남자아이들의 티키타카는 점점 발언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쟤 엄청 비싸게 생겼다, 자빠뜨리려면 돈 많이 들겠는데~~!"로 마무리되었다.
내가 엄마인지 모르고 떠들어댄 것이다. 나는 그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창 순진무구할 나이의 아이들이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웠을까? 평소 부모의 언행을 보고 따라한 것일까? 아니면 TV나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 여과 없이 노출된 영향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혼자 배우진 않았을 거란 점이다.
백번 양보해 가벼운 얼평(얼굴평가) 정도는 호기심과 재미로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그것도 문제이지만) 내가 정말 많이 놀란 지점은 또래 친구를 대상으로 "비싸다"라고 값을 매기고 이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존엄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아무리 물질 만능의 시대라고 하지만 말이다.
어른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끝내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한 채 도장을 빠져 나왔다. 결국 아이들에게 그런 관념을 심어준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아니었을까하는 씁쓸함과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었다. 이후 딸아이는 더 이상 태권도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무심코 내뱉은 부모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인성과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한국의 부모들은 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가, 소위 말하는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시험성적에 대한 관심과 공부에 대한 압박 말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때론 친구나 주변에 양보도 하고 배려도 하며 지내는지,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공손하게 인사는 잘하는지, 지방에 사시는 친가와 외가 조부모님께 때때로 안부 전화는 드리는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눈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한번 돌아볼 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체화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회적 편견도 자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가정으로부터, 학교와 사회로부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흡수하고 있다. 우는 남자아이에게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라는 억압적인 말을 더 이상 하지 말자. 남자아이가 분홍색 가방을 매도 놀림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함께 틈을 열어주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의 시각에서 주변 사람과 건강하게 관계맺기를 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송문희 한국청렴운동본부 감사, 전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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