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강천(曲江川)

경북매일 2025. 7. 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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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가지기에 그 공허(空虛)를 알지 못한다.

선생을 보듯 곡강천을 음미하며 오래 걸었다.

그는 너무 말라 있었고, 나도 늙어 간다.

곡강천만 내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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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연못이 있는 마을’

곡강천 상류로 가면

깊고 융숭한 풍경을 형성시키는 존재들이 있다

갈대와 억새가 풍성하다

그들은 무성해도 질서는 정연하다

천천히 술렁거리는, 바싹이는 소리가,

귀를 뚫고 마음에 거대한 뿌리를 심는다

어슬렁거리는 느린 자세이지만

확실한 연대(連帶)의 자세를 보여준다

전진(前進)의 의미를 안다

고인돌이 왜 주위에 산재(散在)해 있는지

충비 순량의 절개도

천하삼절길의 의미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부분일 뿐이다

다만 하나의 꼭지점이 된다

변곡(變曲)이라 말하지 마라

그저 곡강의 완곡한 흐름,

그 푸른 깊이를 저물도록 바라보았다

냇물보다 깊고 강처럼 길게 흘러

바다에 이르는 법을 오래 바라보았다

인생은 길게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다

승리든 쟁취든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을 가지기에 그 공허(空虛)를 알지 못한다.

완곡하게 사래질을 하며 물러서는 곡강천을

다잡아 같이 걷는다

민물의 해조음(海潮音)을 듣는다

가당찮지만, 가능한 삶.

…….

갈대나 억새들이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는 늘 좋다. 황동규 선생의 시 구절,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장면을 보여주며는 나는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읽은 시지만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대학로에서, 출판회관에서, 초상집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을 보듯 곡강천을 음미하며 오래 걸었다. 그는 너무 말라 있었고, 나도 늙어 간다. 곡강천만 내내 푸르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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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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