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다 망하지 않았다 [메아리]

최문선 2025. 7.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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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더니, 국민의힘은 아니었다.

닥친 선거가 없는 것도 국민의힘이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요컨대, 국민의힘의 추락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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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에 갈피 못 잡는 혁신
3년 남은 총선에 위기감 실종
"정권 실수만 기다려" 무기력 팽배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 쇄신을 맡은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왼쪽부터), 윤희숙 혁신위원장,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 김 전 위원장과 안 전 위원장의 혁신은 좌초됐다. 윤 위원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더니, 국민의힘은 아니었다. 스스로 맹렬하게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대선 패배 후 지지율이 고꾸라지는데도 당 혁신위원회는 헛돌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녹슨 칼만 휘두른다. 가장 제정신이어야 할 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신으로 뭉치자"고 외부 극우 인사들이 결의하는 행사의 맨 앞자리를 지켰다. 왜 이러는 걸까. 세 가지가 없어서다.

우선, 리더가 없다. 국민의힘은 보스 중심의 상명하복식 일극체제로 돌아가는 정당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레이저'가 통했을까. 보스를 추종하며 그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체질이자 특기인데, 보스도, 지시도 없으니 우왕좌왕이다. 보스 반열에 오르지 못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의 말발엔 한계가 있다. 강력한 새 보스의 등장도 요원하다. 역대 보스들이 후진 양성에 인색했고 위기 때마다 외부인 수혈로 땜질해온 탓에 인재 풀이 말랐기 때문이다.

닥친 선거가 없는 것도 국민의힘이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다음 지방선거는 내년 6월, 총선은 2028년 4월이다.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면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선거는 정권 중간평가인데 모든 정권은 잘못을 한다. 민심은 진자와 같아서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니 기다리면 된다"는 믿음에 취해서다. 실력으로 하루하루 점수를 쌓기보다 ‘반사이익 한탕’에 기대를 걸겠다는 것이다. 사실 급할 것도 없다. 총선까지 3년은 보장돼 있고 야당 의원도 힘깨나 쓰는 자리다. 버티며 누리기로 작정한 마당에 인적 청산으로 자기 희생을 하라니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제대로 망한 적이 없다. 그래서 처절하게 혁신하고 조직적으로 재건해 본 경험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차떼기 사태가 겹친 2004년 총선은 천막당사 승부수로 선방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2017년 대선에서 참패했으나 원내 제1 야당 지위 덕에 춥지 않게 지내며 쇄신을 잊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초대형 핸디캡을 안고 치른 이번 대선마저 득표율 40%를 넘겼다.

당장 당을 갈아엎을 필요가 없어졌다. 어차피 방법도 잘 모른다. 겉핥기 사과와 쇄신 시늉으로 급한 불만 끄면 된다. 과거에도 통한 방식이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묻지마 지지층'이 더 견고해졌으니 앞으로도 통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끼리 똘똘 뭉쳐 있는 것이다. "내부 총질한 사람부터 사과하라"는 말이 노 필터로 나오는 건 그래서다. "'영남 자민련'이 어때서? 기득권만 지키면 되지." 이런 생각이 주류일 것이다.

요컨대, 국민의힘의 추락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미래의 반등을 당연시하기엔 이미 힘을 잃어가는 중이었다는 것. 수도권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대표 증상이다. 2008년 총선에서 81석이었던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은 2012년 총선에선 43석, 2016년 35석, 2020년 16석, 2024년 19석으로 줄었다. 정권의 실수를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그 정권을 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라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영화 '헤어질 결심'의 대사다. 지금 뭐라도 결심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같은 대사를 토하며 가슴을 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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