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거지 없다" 주장한 쿠바 장관 결국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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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노동부 장관이 "우리나라엔 거지가 없다"고 주장한 뒤 논란 속에 사퇴했다.
앞서 페이토 장관은 최근 국회(전인민권력국가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쿠바에는 거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이들은 쉽게 돈을 벌려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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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뒤지면 "불법 재활용 업자" "거지처럼 치장"
"현실 외면" 거센 국민 반발 부딪혀 결국 사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쿠바 노동부 장관이 “우리나라엔 거지가 없다”고 주장한 뒤 논란 속에 사퇴했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쿠바 공산당과 내각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마르타 엘레나 페이토 카브레라 쿠바 노동부 장관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평의회는 이를 즉시 수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토 장관은 최근 국회(전인민권력국가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쿠바에는 거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숙자처럼 보이는 이들은 쉽게 돈을 벌려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쓰레기를 뒤지는 이들에 대해 “불법적으로 재활용을 하는 사람들”, 신호등에서 유리를 닦는 이들에 대해선 “일하지 않고 쉽게 살길을 찾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일부러) 거지처럼 보이려고 가장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쿠바 국내외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쿠바에선 장기 경제난과 인플레이션, 식량·기초물자 부족 등의 영향으로 최근 거리 노숙자·재활용 수집 노인·거리 청소부 등 새로운 빈곤 유형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쿠바 인권관측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9%가 “최소한의 생계도 위협받는 극빈 상태”라고 호소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길모퉁이마다 7~8명씩 굶주림을 호소한다”는 시민 증언까지 나왔다.
국민 다수가 이를 체감하는 상황에서 페이토 장관의 발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샀다. 지식인 커뮤니티부터 야권 진영은 물론, 주요 해외 언론에서도 질타 행렬이 이어졌다.
쿠바 경제학자 페드로 몬레알은 “장관으로 가장한 인물도 있다”고 조롱했고,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하며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국회 발언에서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현실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페이토 장관의 해임을 사실상 통보한 것이다.
BBC는 이번 사태에 대해 “쿠바 정부 엘리트와 서민의 현실 인식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사회주의 혁명 후 거지 없는 국가’라는 기존 신화를 지키기 위해 당국이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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