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 보면 "에취~" 간질…털 빡빡 밀면 걱정없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 알레르기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15~30%에서 알레르기가 나타난다고 알려진다. 특히 고양이 알레르겐(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개 알레르겐보다 알레르기 증상을 2배 이상 더 많이 일으킨다.
이런 동물 알레르기의 주요 항원은 털에 묻어 있는 각질·침·비듬·소변 등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근처에 가거나 동물을 만지고 나서 가려움증, 콧물, 재채기, 기침,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두드러기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보다는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게 아이 면역 체계 발달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는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에 따른 것으로, 실제 반려견과 함께 자란 아이들에게서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절반가량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 교수는 "반려동물은 다양한 외부 미생물을 실내로 들여와 아이 장내 미생물 구성을 풍부하게 하고, 이는 면역 조절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위생 가설의 면역 강화 효과가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유아기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아동기 천식 발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일관성을 띠지 않는다. 또 유전적 요인, 기존 알레르기 질환의 유무, 반려동물의 종류, 환경 등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강희 교수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게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 될 수 있다는 일부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단정하기보다는, 집안의 건강 이력과 환경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모나 가족 중에 알레르기 천식 병력이 있는 경우, 강한 유전적 요인으로 오히려 아이의 알레르기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이미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거나 알레르기 질환을 진단받은 아이는 반려동물과의 직접적인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반려동물 털을 깎기만 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걱정이 없을까. 개·고양이에서 유래하는 알레르겐은 털 자체가 아니라 피부에서 떨어지는 비듬·대변·소변·침에 든 단백질 성분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털을 깎는다고 해서 알레르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털에 알레르겐이 많이 묻어 있으므로 알레르겐의 양을 줄일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
반려동물 근처에 가거나 동물을 만진 후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에서 피부 반응 검사, 혈액 검사를 통해 어떤 물질이 원인인지 알레르기 항원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피부 반응 검사에선 반려동물 알레르겐을 피부에 떨어뜨리고 바늘로 '따끔'하게 찌른 후 15분 정도 기다린다. 만약 '양성'이 나오면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주변이 붉게 변한다. 혈액 검사에선 반려동물 알레르겐과 반응하는 면역글로불린 E(IgE) 항체의 양을 측정한다. IgE는 혈액 속에 있는 면역단백질로 알레르겐과 결합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반려동물 알레르기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줄이려면 반려동물에게 정기적인 목욕·빗질을 통해 털·비듬을 제거해야 한다. 배설물은 바로 치워 청결을 유지한다. 카펫, 천 소파는 알레르겐이 쌓이기 쉬우므로 자주 청소하며 환경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알레르기 항원을 사전에 파악하고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 등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레르기 치료제는 먹는 스테로이드가 아니면 오랫동안 사용해도 전신에 미칠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졌다. 입으로 흡입하는 스테로이드나 코 안에 분무하는 스테로이드 형태의 경우 전신이 아닌 몸의 일부에만 작용하므로 장기적으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증상이 가볍고, 환경 관리와 약물치료를 통해 관리된다면 충분히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반려동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면역 세포가 알레르겐을 기억해 과민 반응을 준비하는 '감작(sensitization)' 반응이 심해져 증상이 악화하거나 비염·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증상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권장된다.
면역치료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체질을 바꿀 수도 있다. 즉 '원인 알레르겐을 피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기자'라는 접근법이다. 면역치료는 '초기 치료'와 '유지 치료'로 나뉜다. 초기 치료는 처음에 낮은 농도의 알레르겐을 소량씩 투여하고 점차 양을 늘려나가 부작용이 없으면서 증상이 나아지는 최대 알레르겐 농도까지 투여하는 단계다. 유지 치료는 일정량을 주기적으로 투여해 이를 유지하는 단계다. 3~5년간 치료하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에는 알레르기 치료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강희 교수는 "만약 가족 구성원 중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천식 등의 증상이 유발된다면, 반려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는 등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는 것을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이 최우선이므로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고, 꾸준한 환경 관리 등을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동행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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