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문화’ 취급받다 K-콘텐츠 원천으로…만화가 남긴 이야기

김진철 기자 2025. 7. 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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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독학 <1> 종이 만화방에서 디지털 웹툰까지



종이 냄새 가득 밴 만화방. 손끝으로 넘기던 한 장 한 장. 그 흥미로운 기억이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을 타고 이어지는 웹툰 스크롤로 바뀌었다. 만화는 시대를 반영하며 꾸준히 진화했다. 아이들의 재미를 돋워주는 명랑만화부터, 풍자와 해학으로 세태를 꼬집는 시사만평까지 시대상을 올곧이 담아냈다.

만화는 종이 위 몇 컷 그림을 넘어 연극과 영화 등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에 국제신문은 기획 시리즈 ‘웹툰독학’을 통해 만화의 역사, 웹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부산 영도구 만화방 ‘플러스북카페’에서 독자들이 만화를 보고 있다. 김진철PD


▮ 24시간 불 켜진 그 시절 만화방

1980~1990년대 만화방은 동네 문화 중심지였다. 학원을 마치고 교복 차림으로 들른 학생, 주말이면 만화책을 들고 소파에 누운 아저씨. ‘불량한 아이들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에도 만화방은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 쉼터였다.

부산 영도구에서 30년 넘게 만화방 ‘플러스북 카페’를 운영하는 박명식 사장은 그 시절을 “만화방이 한창 활기를 띠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땐 놀이 문화라고 해봐야 만화방 오락실 당구장 정도밖에 없었다”며 “3교대로 24시간 운영했을 정도로 새벽에도 손님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인기 만화를 보려 휴가를 나온 군인이 집보다 먼저 만화방으로 오곤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최근 야간 손님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부터 자정까지만 만화방 문을 연다. 주말에만 24시간 영업한다. 박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뜸해졌다”며 “만화책을 빌리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만화방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은 점을 아쉬워했다. “만화방 하면 어둡고 불량한 공간을 떠올리곤 하는데, 요즘은 밝고 쾌적해서 가족 단위 손님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에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편안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부산대 윤기헌(디자인학과) 교수가 한국 만화의 암흑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채린 인턴


▮ 편견과 검열의 그늘

한국 만화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억압과 검열로 오랜 시간 탄압받았다. 당시 자유로운 표현이 제한됐고, 해방 이후에도 통제는 계속됐다. 1960~1970년대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는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단속과 검열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만화가 ‘불량 문화’로 낙인찍힌 것도 이때부터다. 이 같은 부정적 시선에 만화방은 어둡고 퇴폐적인 공간으로 오해받기 일쑤였다.

동명대 웹툰학과 정규하(필명 Q-Ha) 교수는 “만화는 나쁘고, 보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며 “당시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만화책을 모아 불태우는 화형식이 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디어가 부족하던 시절, 만화는 중요한 읽을거리였지만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만화 산업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더 큰 시련을 맞았다. 부산대 디자인학과 윤기헌 교수는 “외환 위기 때는 경제적 어려움에 출판·만화 산업이 매우 위축됐고, 많은 만화가가 연재처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고 했다.

마냥 어렵던 만화 산업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PC방의 빠른 확산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출판 시장에서 밀려난 만화가들이 인터넷 공간에 하나둘 작품을 올렸고, 이는 웹툰의 출발점이 됐다. 이렇게 만화는 1990년대 후반 종이에서 디지털로 무대를 옮겼다.

영산대 최인수(웹툰학과) 교수가 종이 만화와 웹툰의 표현 방식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철PD


▮ 웹툰이 바꾼 만화 산업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인 웹툰(Webtoon)은 PC·모바일 환경에 맞춰 스크롤 방식으로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고안된 만화다.

영산대 웹툰학과 최인수(필명 하마탱) 교수는 만화와 웹툰은 표현·소비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종이 만화는 정해진 판형과 규격 안에서 독자 호흡에 맞춰 기승전결이 조절되며 감상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며 “반면 웹툰은 독자가 빠르게 스크롤하며 소비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게 연출·전개 방식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웹툰 작가는 독자 이탈을 막으려 더 빠르고 강렬한 전개와 연출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웹툰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웹툰은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개방성과 기동성을 갖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웹툰은 독자가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원천 콘텐츠로도 활용된다. 정 교수는 “웹툰은 스토리보드에 가까운 형식 덕분에 영상화가 쉽고, 이미 독자에게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매력적 소재가 된다”고 언급했다. 부산 출신 김태건 작가의 웹툰 ‘스틸레인’이 대표적 사례다. 애초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된 작품을 웹툰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자, 이후 영화 ‘강철비’로 제작했다. 정 교수는 “성공적인 미디어믹스 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내세웠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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