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투자·방위비…갈수록 커지는 트럼프 관세 청구서
무역 흑자 절반이 자동차…美, ‘일방향 수출’ 문제 삼아 압박
정부, 레드라인 설정 시급…관세 시한 앞두고 입장 정리 분주
한미 양국이 내달 1일 상호관세 부과 예고 시한을 앞두고 '랜딩 존(합의점)' 조율에 나서고 있다. 관세 협상이 통상을 넘어 안보까지 포괄하는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자국산 구매 확대는 물론, 대미 투자 확대와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 한국의 국방비 증액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 중 수용할 항목과 사수할 가치를 놓고 '선택과 결단'의 국내 조율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관세 협상이 거듭 진행되면서 미국 요구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 삼아 대한국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 균형을 명분으로, 미국은 한국에 가스·원유 등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 확대를 요구하며, 한국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무역 적자와 관련해 자동차의 '일방향 수출'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해결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약 556억달러로, 이 가운데 자동차 분야가 절반이 넘는 32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에서 민감한 농산물 영역에선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허용 등을 우선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러스트벨트 노동자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핵심 지지층인 만큼, 미국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의 구체적인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디지털 분야는 미국이 양보를 반드시 받아내려는 핵심 분야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법과 망 사용료 부과 계획 철회,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무역 균형 외에도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전략적 요구를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한미 협상은 경제와 안보 전반을 포괄하는 '원스톱 쇼핑'으로 확장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연간 100억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공개 언급한 데 이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 5%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중국을 겨냥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명시화 등의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안보 요구들을 대한국 상호관세 부과와 연계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는 당장 오는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앞두고, 미국의 요구 가운데 전향적으로 수용을 검토할 수 있는 부분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선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역 협상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수입 확대 목표액, 투자 약속액 등 직관적 '숫자'가 담긴 제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일본의 완강한 쌀 시장 개방 반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에 근접했던 협상 판을 뒤집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성과를 반드시 챙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다만, 원스톱 쇼핑으로 언급되는 소고기·사과 등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입장 차는 뚜렷하다.
무역 의존도가 큰 산업 국가로서 원만한 대미 합의가 중요하다고 보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들의 희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내 협의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나서서 협의와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 관계자는 "정부 간 협의는 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정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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