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회계 교수 60% “삼성생명 회계처리 바꿔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회계처리를 두고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내 재무회계 교수들의 약 60%는 현재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회계기준원은 16일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관련 세미나를 열고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 회계처리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됐으며 695명 교수들에게 보내 108명의 교수가 답변했다.
삼성생명 관련한 회계 처리 논란은 지난 2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했으나 삼성화재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지분율이 15.43%로 상승했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다른 회사 주식을 15%이상 보유할 수 없어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자회사 지분율이 20%를 넘거나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회계처리상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 지분법을 적용하면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순이익 중 보유지분만큼을 반영해야야 하고, 유배당 보험 계약자 상품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이 장부상 부채가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실질적 영향력 등의 관점에서 지분법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설문 조사결과, 응답자 중 60% 가량(65명)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의 회계 분류와 관련해 기존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지분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투명성 등에 있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은 21.5%(23명), 현재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5.89%(17명) 순이었다.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이익을 돌려주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문 응답자 43.4%(46명)은 “보험 계약자들의 돈으로 산 주식에서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기에, 회계처리 변경으로 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42.45%(45명)는 “계약자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회계기준을 바꿔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삼성생명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당국이나 회계기준원이 개입해 처리 방법을 지정하거나 해석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응답자 중 30.84%(33명)이 ‘당국이 나서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회계처리 변경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51.4%(55명)은 공익에 중대한 영향이 있거나 논란이 큰 사안임을 전제로 ‘공론화를 통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국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15.89%(17명)였다.
이한상 원장은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로 취득한 주식을 (총수를 위해) 사내유보로 묻은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기괴한 회계를 주장할 경우, 정상적인 국가의 금융당국이라면 철퇴를 내릴 것이 확실하다”고 비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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