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윤석열을 지워버려야 한다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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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 뒤 보이는 모습은 끔찍하고 참담하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은 요즘 당혹스러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 전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들며 보수 기득권 세력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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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 뒤 보이는 모습은 끔찍하고 참담하다. 법원 재판에 안 나가고 특검 소환도 불응한다. 교도관이 인치하려고 해도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런 막무가내가 없다.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고 믿기지 않는다. 전두환 노태우도 이러지는 않았다. 구속 영장 심사 때는 “모두 우리 곁을 떠났다”고 했다. 자기 연민인지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연기인지 모르겠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사람들은 요즘 당혹스러울 것 같다. 이런 정도로 저열한 인물인지 몰랐을 것이다. 이럴 때는 남들보다 더 심하게 욕을 해야 덜 민망한 법이다. 윤석열에 대한 비난이 온 나라에 넘실거리는 이유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몽땅 다 윤석열에게 있는 것일까? 정말 그럴까? 이제 우리 모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 전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욱하기를 잘하는 성격이다. 자기 제어를 잘 못 할 때가 많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을 시킨 이유는 윤석열 검사가 조국 민정수석과의 면접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거짓말에 속은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들며 보수 기득권 세력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20년 1월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0.8%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2위로 급부상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오차범위 안에서 따돌렸다.
2020년 4·15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압승을 거두자 보수 기득권 세력은 공포에 휩싸였다. 차기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안테나에 윤석열이 떠올랐다. 2020년 12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윤석열을 주목한다’는 칼럼을 썼다.
“그의 인기는 그의 용기·철학·신념·정의감에 감동받은 국민들의 자발적 평가인 셈이다. 그리고 문 정권의 좌파 독재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이 정도 찬사에 흔들리지 않기는 어렵다. 윤석열은 2021년 3월 총장을 그만두고 6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도덕성을 갖췄는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권 탈환에 눈이 먼 보수 기득권 세력에게는 그런 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그랬다. 민심은 홍준표 후보가 이겼지만, 당심은 윤석열 후보가 이겼다.
이때부터 그는 좀 이상했다. 민주당을 빨갱이 취급했다.
“좌익 혁명 이념 그리고 북한 주사 이론, 이런 거 배워서 민주화 운동 대열에 낑겨서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온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2021년 12월29일 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대통령이 된 뒤에는 더 심해졌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았다.
“종북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며,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2022년 10월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2023년 8·15 경축사)
괴물로 변해가는 대통령을 방치한 결과가 바로 2024년 12·3 비상계엄이었다.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낸 가장 큰 책임은 물론 보수 기득권 세력의 맹목이다. 하지만 정치 양극화와 확증 편향의 시대에 ‘스트롱맨’을 갈구하는 유권자의 가세와 지지도 한몫을 했다.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이 밀어붙인 ‘건폭 몰이’와 무리한 의대 증원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결국 우리 가운데 상당수가 윤석열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낸 공범인 셈이다.
그래서다. 우리는 공존의 지혜를 더 배우고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괴물은 증오를 먹고 자란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괴물 대통령은 언제든 다시 출현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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