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영혼이 빚어낸 하나의 하모니···손민수·임윤찬 듀오 리사이틀

지난 15일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임윤찬’ 공연이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날은 그가 스승 손민수와 듀오 리사이틀을 한다는 점에서 평소보다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
임윤찬이 열세살이던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시작된 사제의 인연은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임윤찬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임윤찬은 손민수가 2023년 한예종을 떠나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부임하자 스승을 따라 학교를 옮겼다.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가 서로 마주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치됐다. 덕분에 연주자인 손민수와 임윤찬의 의자는 서로 고개만 돌리면 눈을 마주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공연에서 두 사람은 템포가 크게 변화하는 구간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흐름을 조절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1부 프로그램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바단조’에서 스승과 제자는 서로 다른 개성을 내보였다. 음표를 빠른 템포로 짚어나갈 때 임윤찬은 발로 바닥을 구르는 듯 상체를 격정적으로 움직였지만 손민수는 비교적 움직임이 억제돼 있었다. 느린 악장에서는 손민수의 섬세한 음색이, 빠른 악장에서는 임윤찬의 강한 소리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프레스토’로 내달리는 4악장 피날레 부분에서는 서로 한몸인 듯 정교하게 맞물리는 격정적 타건으로 아낌없는 박수를 끌어냈다.
1부가 친밀함의 정서가 강조되는 실내악적 무대였다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으로 이뤄진 2부는 악기로서 피아노가 지닌 가능성을 최대치로 구사하는 장대한 스펙터클이었다.
‘교향적 무곡’의 1악장에서 손민수와 임윤찬이 주고받은 선율의 조형미는 고전 발레의 2인무를 보는 듯 우아했다. 반대로 3악장 종결부에서는 폭풍처럼 강렬한 음향이 객석을 압도했다.

하이라이트는 작곡가 이하느리(19)가 손민수와 임윤찬을 위해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었다.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는 ‘오케스트레이션의 장인’ 슈트라우스의 역량이 집약된 걸작이다. 지휘자 아르투르 로진스키가 1944년 주요 장면을 발췌해 오케스트라 연주용으로 편곡한 ‘모음곡’은 콘서트장의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잡았지만, 피아노 편곡 버전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이날 손민수와 임윤찬이 연주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원작 오페라의 풍부하고 탐미적인 분위기를 피아노 두 대만으로 살려냈다. 피아노는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와 달리 색채감 표현에 한계가 있지만, 손민수와 임윤찬은 극명한 다이내믹의 대비를 통해 입체적인 음향을 구현했다. 스무개의 손가락이 두 대의 피아노를 강타해 만들어내는 소리는 여덟대의 더블베이스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했다. 두 사람의 절묘한 호흡은 오랜 시간 쌓인 서로에 대한 신뢰의 결과물인 듯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오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도 라흐마니노프만 제외하고 동일한 프로그램을 연주할 예정이다. 표는 이미 전석 매진됐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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