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제'…이재명 정부 공급정책의 딜레마[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은 ‘대출 규제’였다. 한마디로 자기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집을 사지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 대표적인 수요 억제 정책이라 하겠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에서 겪어봤듯이 이러한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주택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수요를 억제한다고 잠재적 수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책과 병행해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인데 문제는 주택 공급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어떤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이라도 새워 만들어내고 싶다”고 한 명언(?)이 있다. 20여 차례의 수요억제 정책을 남발한 후에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면 왜 주택 공급이 의지만으로 되지 않을까?
서울에 땅이 부족하다
첫째, 아무 곳에나 집을 짓는다고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대규모 간척지에 몇십만 채의 아파트를 건설한다고 우리나라 주택 부족 현상이 완화될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지금도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고 있는 지역의 미분양 물량만 더 늘어날 뿐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이다. 어떤 지역에 100가구가 산다면 102채의 주택이 있다는 뜻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지방은 110%가 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이 부족한 것은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이다.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7%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94%로 주택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 하겠다. 경기도나 인천도 주택보급률이 각각 99%로 주택부족 지역이다.
결국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에서는 대규모 공급을 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런 이유로 4기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이마저 쉽지 않다. 집만 짓는다고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뜨겁다. 그런데 새 아파트가 지으면 무조건 팔려 나가는 것이라면 지방의 수많은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새 아파트에서 산다는 것이 높은 주거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맞지만 새 아파트에 산다고 직장까지 출퇴근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면 일자리가 많은 지역까지의 교통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양질의 일자리가 가장 많고 일자리 증가수가 가장 많은 서울의 주요 업무 중심지와의 접근성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로의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인 GTX가 신설되든, 기존 전철의 연장선이 건설되든 고속도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가 확충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 기반 시설은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이다. 위례신도시는 20년 전인 참여정부 시절에 기획되었던 신도시로 입주한 지 10년이 넘는 곳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되었던 위례 신사선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이다.
착공도 못한 신도시 교통 인프라
위례 신사선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인 위례신도시와 일자리가 많은 강남업무중심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노선으로 위례신도시의 대표적인 도시기반시설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위례 신사선은 계속 연기가 되었고 위례신도시에 입주한 지 10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착공 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태이다.
그사이 위례 신사선 개통 약속을 믿고 분양을 받았던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지금도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철이 없는 관계로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몰리면서 고질적인 병목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위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3기 신도시도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교통 인프라를 먼저 해결하고 주택 공급은 나중에 하겠다는 약속은 슬그머니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 공사 중인 GTX-A를 제외하고 GTX-B나 GTX-C는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다. 치솟는 공사비 부담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완공 예정 시기는 계속 연기되어 2030년 이전에는 두 노선 모두 완공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아니라 그다음 정부에서나 개통된다는 뜻이다. 하물며 GTX-B나 C도 이런데 3기 신도시를 목표로 계획된 나머지 GTX 노선은 언제 착공이 될지 기약도 없다.
교통 대책 없는 신도시 건설은 핵심 도시 기능이 없는 반쪽짜리 신도시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도시기반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년짜리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몇 기 신도시라 하면서 강산을 파헤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부터라도 기존 신도시의 도시 기능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참여정부 때 시작하여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2기 신도시,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 시작하여 아직 입주도 되지 않은 3기 신도시의 기능을 먼저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10년 후에 몇십만 호를 더 건설하겠다는 구호로 집값이 안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도시를 아무리 건설한다 하여도 공급효과는 크지 않다. 신도시가 생긴다고 일자리가 그 근처에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의 재건축·재개발만큼 효과 있는 것을 찾기 어렵다.
앞 페이지 표에서 흐린 색 그래프는 아파트 보급률이다. 우리나라 가구 중 57%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는 46%에 불과하다. 85%나 되는 세종시와 극단적인 대비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와 생활 패턴이 잘 맞지 않는 농어촌 지역도 아닌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가 46%에 불과하다는 것은 서울의 아파트 수요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 공급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도시재생, 다시 말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다. 새로운 부지를 찾느라 고생할 것 없이 기존의 주택을 헐어내고 그 다 많은 수의 주택을 짓게 되면 그만큼 공급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존의 낡은 주택이 양질의 주택으로 바뀌면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의 공급 정책은 이전 정부들보다 재건축의 역할 분담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시재생 정책에 얽혀 있는 수많은 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인허가를 내준다고 재건축이 뚝딱 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치솟은 공사비 때문에 추가 부담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저층 재건축과 같이 수익이 좋은 때 만들어졌던 각종 규제 때문에 재건축 사업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재건축을 하면 서울시에서 기부채납을 요구한다. 임대아파트도 조합원의 비용으로 건설해야 한다. 지방자체단체에서 공사비를 보전해 준다고 하는데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수준이다. 어렵게 준공을 하고 나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으로 수익을 내면 안 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들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수익이 나지 않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러니 그동안 서울에서 아파트를 지을 수 없었던 것이고 전국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가장 아파트가 적은 도시가 된 것이다.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보려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얽힌 규제부터 정리하는 것과 기존 2기, 3기 신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도시 밀도를 올리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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